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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21 16:58
 글쓴이 : 잡초인
조회 : 83  

궤櫃




삶의 시원은 

돌아오지 못하는 

과거를 천공하고 있다

패러다임을 뒤흔들 경천동지의 현상은 아니다


그저 

하루를 떠밀려 

균형 잡히지 않은 

잃어버린 중심을 궤에 가두고 싶을 뿐이다


정지해둔 낡은 기록을 헤집다 

무참하게 잔상을 유기해버린 모순의 칼끝 

더는 칼이 되지 못하는 세속을 

먼지처럼 무례하게 저항한다


궤로 숨통 끊어진 

가내공장이 인고 되어있다

헐거워진 재봉틀 부러진 바늘에서 떨어져 나간 시공간

행간을 채우는 

이름 모를 도형들을 삼키고 있으므로 

시공을 재단하던 발뒤꿈치로 끊어진 실타래 

가둬둔 궤 속으로 울리는 이산의 공명 아프다

잠시도 안착할 수 없는 맥 풀림 

뒤엉킨 공간 하늘 끝 창틀에 서 있다


저항의 어지러운 중심 

날이 선 죽창은 통증으로 지탱한다

닳고 닳은 망루의 계단은 낯설게 닫혀 있었다

늘어진 줄을 조율하고 길들이지 않은 수레바퀴로 

귀청궁달을 걸어둔다


높은 곳에 달아둔 

객로의 끝이 불면으로 펄럭인다

파인 골을 걸을 때마다 느끼던 통증  

부담스러운 궤 하나 속진으로 묻는다

오늘도 무채색으로 침묵한다




 

*궤櫃 :물건을 넣기 위하여 네모나게 나무로 만든 그릇






두무지 17-04-22 10:10
 
늘 수준 높은 시에 부러움 뿐,
많은 생각과 정성을 쏟으신 같아
더욱 존경 스럽습니다.
더 좋은 글과 감동으로 남아주시기를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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