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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18 13:16
 글쓴이 : 권한양
조회 : 623  

분홍색 지우개

 

 

분홍색 지우개로 지웁니다

그대와 함께한 추억이 담긴

짧지만 길었던

온 세상이 벚꽃잎 물결로 뒤덮인

봄날 일기를

 

분홍색 지우개로 지웁니다

그댈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후

그날의 아쉬움을 연필로

꾸욱꾸욱

애정으로 풀어내던 날 일기를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다 지워져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분홍색 지우개 가루가

지워진 자리 위에

흩뿌려진 벚꽃잎처럼 남아

함께한 그 봄날의 기억을 부릅니다

 

잊으려 두 눈을 꽉 감았다

다시 눈을 뜹니다

 

한데

글썽이는 두 눈에

그때의 벚꽃이 일렁입니다

 

아마도

공책에 떨어진 눈물이

그때의 벚꽃을 피웠나봅니다


그런 나는 차마

분홍색 지우개 가루를

털지 못한 채

일기장을 닫아둡니다


그런 나는 차마

피워둔 벚꽃을

꺾지 못한 채

일기장을 닫아둡니다


황금열매 17-05-18 14:49
 
계약만료에도 나가지 않는 세입자가 마음에 살고 있군요.
애잔한 맘이 그대로 느껴지는 시, 누군가 그리운 맘으로 머물다 갑니다.
     
권한양 17-05-19 12:53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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