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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18 17:55
 글쓴이 : 명주5000
조회 : 664  

1980년의 봄(5.18)

                          이 명 주

 

 

장승처럼 서 있는 무등산 입석대로 신록이 시위를 당기고

시아버지가 견(犬)이 됐다는 해괴망측한 소문에

가로수들이 적잖이 놀란 거리에 멍석이 깔리며

봄의 괴사를 예고하고

진시황의 무덤에서 이어진 행렬이 뒤따랐다.

 

군주의 재갈 섞인 입에서 날아온 광기 어린 화살에

촉수가 마비된 가신들에 의해 5월 햇볕은 멍들어

생의 가장 비중 있는 구역을 비추던 볕단이

칼날에 베여 나가는 어리둥절한 거리

 

영문도 모르는 창백한 꽃잎들이 나뒹굴었다

 

군주와 족속들의 보장된 안녕

방석 아랜 아직도 죽은 햇빛이 마르지 않았는데

 

천 마리의 학처럼 푸른 창공을 우러러

목련은 무엇을 소원하고 있을까?

수의 같은 꽃잎이 지면 또다시 찾아올 5월,

 

암묵만을 내비치며

어리둥절한 꽃잎을 가시처럼 삼킨 역사가

교묘히 봄의 터널을 지나갈 때

 

짧은 삶 마감하는 목련이 하늘을 탄식하며

흰 눈시울을 적시는 봄이 멍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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