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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14 14:36
 글쓴이 : 서피랑
조회 : 250  

국밥(가제)

 

 

국밥이나 한 그릇 하자,

먼 곳까지 왔으니 

신선한 생선회라도 먹고 가라는데

한사코 손을 젓는다

해물탕도 있고 육질 좋은 고깃집도 있는데

고작 국밥 한 그릇이라니

하다못해 소머리국밥, 돼지국밥, 선지국밥,

순대국밥, 굴국밥, 매생이국밥...

말하자면 입맛의 색깔을 보여줄 만도 한데

밑도 끝도 없이 국밥 한 그릇이다

은근히 속이 뜨끔해지는 말에

야릇한 자존심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지만

국밥이라고 써 놓은 

시장 퉁이식당 유리창 사이로

그렇게 한 소절의 저녁이 왔다

이렇게 얼굴 보니 좋네,

뜨거운 국밥을 휘휘 저으니 

지나간 날들의  눈빛이  숨을 고르고

우리는 숟가락 위로 서로의 목소리를 

하나씩 얹어 먹었다

속이 훤히 비치는 표정은 

날 것이라도 부드러웠다

너무 익었다 싶어 뒤집어 묻는 입가에선

가끔 뜨거운 연기가 났다

이보다 맛있는 저녁이 있을까

눈이 내리고 다시 눈이 내려서

메뉴판도 지워지고 없는 

허름한 식당에서

국밥 말고 더 이상 주문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한 모금도 남기지 않았다

오래전에 떠난 

입맛이 돌아왔다


장남제 18-01-14 17:21
 
서피랑님

뜨거운 국밥에 지난 날들이 떠다니고
서로의 목소리를 하나씩 숟가락에 얹어 먹은 그 저녁

남제도 다음에 가면 그렇게 먹고 싶습니다
     
서피랑 18-01-14 18:12
 
장남제시인님
국밥보다 뜨거운 말씀 고맙습니다.
동피랑 18-01-15 05:53
 
국밥에는 어쩐지 따뜻한 서정이 담겨있는 것 같아 한 그릇 비우는 즐거움도 있지만 먹고 나면 가뿐한 기분이 듭니다.
인공조미료 없이 복작복작 맛있게 끓인 서피랑 국밥 뚝딱 하고 갑니다.
활기찬 새 주 되세요.
     
서피랑 18-01-15 11:31
 
네, 언제 날 풀리면  밥 한번 먹어요,,
제가 임플란트 한다고 술은 거의 못먹어서,...
공덕수 18-01-15 07:38
 
어!!매,,국밥 말도 마이소.
석달 동안, 쉬는 날 네번 빼고는 맨날 콩나물 국밥을 묵어봐요
나라 국자를 말해도 입천장 데일 것 같아요.

참 잔잔하고 따뜻한 그림이네요.

서쪽 절벽님! 외모는 사람을 속일 수 있어도 글은, 특히 시는 사람을 속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청초가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십시요.
     
서피랑 18-01-15 11:34
 
죄송합니다, 국밥이라면 도망가고 싶겠습니다...^^
싱겁게 써 내려간 서술이라,
아무래도 밋밋하실 텐데
좋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문정완 18-01-15 12:46
 
오래전 떠난 입맛이 돌아오는 국밥이라면 매 끼니 때마다
수십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국밥 같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시인님

늘 평범속에 비범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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