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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14 16:36
 글쓴이 : 문정완
조회 : 932  


환幻

 

문정완

 
빨간 알약을 삼킨 저녁은 고요의 근친이라 하겠다

빙벽에서 탄생한 결의는 어떤 어금니로
지원군을 청해야 하나 많이 울어야 흰색이 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비루한 청춘을 발포한 사실이 있다고 쓴다
그 어느 것도 총탄에 쓰러진 과녁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몇 발의 빗나간 총성과 몇 장의 비극이
철조망을 넘었을 뿐이었으므로

구름은
젖었을 때만
묽은 총알을
난사한다

그러므로

나는 과녁을 조준한 오른쪽 눈알과 방아쇠를
당긴 검지 손가락을 증오한다 바람의 내륙에
몸을 던져버린 구름의

행보를 또한 사랑한다 한 쪽 눈알을 닫아버린
눈꺼풀과 빈 소매처럼 침묵했던 왼쪽 팔을 경멸한다

나는 아무 것들의 관자놀이를 겨냥한
사실이 없었다고 다시 고쳐 쓴다

그것은 허공의 내밀한 속살을 연애한 새들의
연대기에 유일한 무혐의 사건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내가 사랑한 것을 증오하기 위해 나는 살아있다

죽은 별의 시신이 까만 공중의 관에 입관된다
별은 매일 한번씩 죽는다

죽은 새의 날개는 바람의 유골이다는
동사를 떠올리는 날이 있다


고나plm 18-01-14 17:53
 
시인님의 시를 읽으면 아니 음미하면 아니 감상하면
지그시 눈감으면
사고의 색상이 전개되는 듯합니다
스펙트럼처럼
어쩌면, 크레바스처럼
그 얼마나 애착한 언어일까?
여러번 머무르다
지극한 소견 두고 갑니다
문정완 18-01-14 18:39
 
갑자기 삶은 감자가 먹고 싶어서 밖을 나갔다 왔는데 날씨가 무척 차갑습니다
오랫만에 즐겨보는 휴일인데 짜다라 할 일도 없고 방구석에서 뒹굴기나 합니다
참 오랫만에 창방에 요즘 왔습니다만 늘 뜨거운 숨결들이 있어서 시를 배우는 습작의 길에서
여기만큼 좋은 곳도 없을 것 같습니다
좋은 시 많이 쓰면서 창방을 떳떳하게 데우시길 바래요
저는 또 잠시 이렇게 놀다가 한동안 훌쩍 떠났다 올지도 모릅니다

아직 시의 길이 요원한 습작의 시대를 지나가는 문청의 글에
넘치는 발걸음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늘 고나님 시 지켜보겠습니다^^♡
동피랑 18-01-15 05:19
 
역사편찬위원회에서 스카웃 제의 들어왔습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이처럼 진실되고 압축된 문장으로 기술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문정완 18-01-15 12:28
 
갑자기 이 생각이 ᆢㆍ저는 정치이야기는 잘 안하는데 요즘 잘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슬아슬한 곳이 참 많고 어지럼증이 느껴지고.

한주 시작입니다 어제는 전화를 한번 할까 하다가 일찍 잤습니다
여전히 날씨는 쭙고 코뿔 조심하시고 언제나 건강. 우선주의 실천^^♡
자운0 18-01-15 09:51
 
무릇 시는 이렇게 써야 하나, 싶기도 하네요.
쓰고 싶다고 이렇게 써지면 더 바랄 것도 없겠지만요.
많이 울어서 흰색이 된 것들보다
구름이 젖어 묽은 총알을 난사하는 날이 더 운치가 있겠다 싶은 날입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한 주 열어가세요.
     
문정완 18-01-15 12:31
 
앗 자운영님 제가 볼 때는 자운영님은 충분한 자질이 계십니다
아마 위 졸시 같은 것 말고 정말 좋은 시를 쓸 것이다 믿어요

자운영님도 한주 내내 즐겁기만 하시길.

고맙습니다  뚜꺼운 발자국요~~
서피랑 18-01-15 11:45
 
치열한 사유의 강을 건너고 계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화이팅 하시고 반드시 강 건너에서 손 흔드시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님이 사랑한 것을 사랑하기 위해 살아있기를
     
문정완 18-01-15 12:38
 
필명을 잠시 개명하셨군요 시인님

늘 고마운 발걸음에 한주의 첫날이 유쾌해지는 시간입니다

제 생에서 너무 늦게 시를 만난 것이 어떨 때는 참 억울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늦게라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이냐 시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참 쓸쓸했을 것이다 외로웠을 것이다 싶습니다

통영 ᆢ 우루루 길지 않은 시간에 몇 분들과 내려갈 일이 있습니다
그때 못먹는 소주지만 한잔 부딪치고 싶어요

감기조심하십시오 시인님
하올로 18-01-15 14:45
 
....버릇이랄 것까지는 없고...시를 읽다..
어떤 시...혹은 어떤 구절을 만나면..담배를 하나 길게 피우는데...

예를 들면...어느 날...‘생에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에서
...‘동작’ 같은 무미건조한 일상어가 아름답게 빛났을 때...

‘시의 땅’이 아닌 곳에서 ‘시의 땅’보다 더 아름다운 시를 꽃피웠을 때..
‘시의 가장 저층’에서..또 다른 지하를 열어 보인 시를 만났을 때...

이 시를 2연까지 읽다 담배를 하나 맛있게 피웠습니다.

거친 광야에서 ‘그림’을 사냥해오고
거치 바다에서 ‘음악’을 ‘아포리즘’을 잡아와
‘시의 일가’들의 배를 채워주는 전사들...

그렇게 시는 발전해왔으므로...
시가
그런 ‘전사’들이 설령 그리하다 끝내 과업을 달성하지 못했더라 하더라도....
그런 전사에 대하여 예의를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쩌면 자신만의 영토,....
설령 그것이 박토(薄土)일망정
자신만의 영토 위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부러움이 듭니다.

..어느 정도의 습작기가 지나면 다 홀로 자신만의 길을 가겠지요
안전지대의 아랫목에 앉은 저를 포함한 장삼이사들의
꽃같은 말이나
가시같은 말이나...후방의 정치들은...

다 힘으로 삼으시고...용맹씩씩 일당천의 용기백배로...

...응원합니다. 꾸벅~
문정완 18-01-15 18:38
 
하울로님 반갑습니다 아직은 갈길이 요원해서 자주 절망할 때가 많습니다
영욕의 세월을 쫓다가 어느 날 시를 만났고 시, 그녀를 만났을 때 너무 늦게 당신을 만났구나
애통해 했지만 늦은 사랑일지라도 한번 타보자 싶었지요 타다가 제대로 타오르지 못해도 그래도
너가 숭고한 그녀를 만나서 한편의 열애라도 했다는 마음을 위로로 삼자 했습니다

벌써 그녀를 만난지가 만 5년이 넘었군요
선승 혜가는 깨달음을 찾기 위해 흰 눈 바닥에 자신의 손목하나를 공양하면서
선홍빛 깨달음 얻어 일가를 이루었지만. 나는 무엇을 바쳐서 일가를 이루나 하는 마음으로
피 흘릴 용기는 없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그녀를 사랑하는 의식으로 빵빵하게 매력이 있었던
탄탄했던 엉덩이를 고스란히 공양하고 지금의 밋밋한 엉덩이를 가졌습니다만 그녀에게 가는 길은
참으로 멀고 어둡고 요원하여 또 무엇을 바쳐야 그녀에게 다달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 중입니다

무작정 덤볐던 지금도 그렇지만 저의 시에 대한 길에 너는 왜 이토록 그녀에게 사로잡히는가
숱한 질문을 던지면서 가리늦가 추태를 부리는 것 같아서 때론 여기까지만 하자 이럴 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응원가 고맙습니다

시인이라는 이름보다 어쩌면 역겨운 내음이 가득했던 나에 대한
연민으로 시란 향기를 몸에 심어보자는 마음이 컷을 것인데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에게는 축복이다 생각하면서
뚜벅 뚜벅 그녀의 심장속으로 걸어가고자 합니다

어느 날 나의 영토에서 그녀와 마음껏 노닐 것이다

위로와 연민을 가득히 담으면서.

다시 긴 장문의 댓글 고맙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은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안세빈 18-01-15 18:51
 
왜 자꾸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그녀에게만 가려하는지
그놈도 숱하구만!요

제목 :  시, 그놈에게...
동성연애 좋자나....한정적이지 않고 다방면  다각도로 연구대상이구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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