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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2 17:44
 글쓴이 : 삼생이
조회 : 403  

 

순간 그 후,

 

 

그 사람이 방금 떠난 자리를 밟고 선다. 여러 개의 그늘과 하나의 안개, 잠깐 스며

나오는 빛, 바지 깃을 펄럭이는 바람 한 점, 차가운 온도를 두 주머니에 숨겨 넣고

잃어버린 시간을 제멋대로 가리키는 나의 두 구두 코, 발을 동동 구르며 시간을 되

돌리려하는 초침소리, 사람들이 찍어대는 표정 없는 눈동자들.

 

엄마를 잃어버린 서른 살의 한 소년과 울음소리를 쓸어 담는 굵은 눈물들, 벌써

빠져 나가려는 기억들 때문에 아파 오는 나의 몸, 멀리 가버린 시간과 희미해 진 그

사람과의 거리 때문에 밀려오는 추위, 이미 바닥나버린 온도, 곧이어 쏟아질 빗물들,

온도가 세어나가지 않게 움츠리자 막 피어나기 시작한 저주, 그것에 갇혀본다.

 

움츠려 주저앉은 자리에 순간 고장 나 흩어졌던 시간들을 누군가 주워갔다. 남아 있는

서른 살의 남루한 한 남자, 그가 다시 평범함 속 하나로 끼워진다. 다시 시간은 빨리

간다. 그가 서있던 자리엔 다른 시간들이 놓였다가 흘렀다가 했는데, 가끔 그가 서 있을

땐 시간과 사물들이 그가 원하는 데로 바뀌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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