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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3 15:11
 글쓴이 : 라라리베
조회 : 513  

 

 

 북극성 / 라라리베

 

 

 

아주 아주 아주 오래전

 

먼 길 떠나자던 슬픔을 뿌리친 덕일까

드라큘라를 피해 의자 밑에 숨고 아이를 넣는 에밀레종에

극장이 떠나가도록 꺼이꺼이 울었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아주 아주 오래전

 

고래 등 집 아이가

올챙이배 냉장고에서 꺼내주던, 아이스크림 같은

요술 구슬이 탐나 아침이면 주문을 외우며 살며시 손을 펴보고

거짓말할 땐 긴 코를 감추고

소공녀의 다락방에 세 들어 살고

무덤 안에도 고통이 있다며 달만 봐도 숨을 몰아쉬고

눈썹에 서리 내릴까 섣달그믐엔 밤새 뜬눈이 되고

새알은 꼭 나이대로 먹어야 하고

소가 되기 싫어 식후엔 목석처럼 서 있고

손만 잡아도 몹쓸 병이 온다며 빨강을 피해 다니고

말똥만 굴러도 웃고 그 말이 우스워 온종일 은행잎과 구르고

전봇대 먹이에 적힌 병명을 해부하느라 사전과 씨름하고

밤이면 북두칠성과 별자리에 관한 전설을 밤새 속닥이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

 

고액 시급에 암흑을 면접하다 등골이 서늘한 적도

은행원이 준 거스름돈이 남는다고 부득부득 돌려주고

비가 오면 태양이 뜰 때까지 가시나무 새가 되고

꽃도 별도 없이 비틀거리는 세상 속,

우물에 갇힌 연어와 가물치가 되어 침묵의 직진을 감내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아 나는 참 운이 좋았다

바늘구멍만 한 눈과 조막손으로

이 많은 미련함을 깨닫게 되었다니

이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도 아직 바보로 남아 있다니

 

지금 나는

아주 아주 오래전

 

천체과학관에 떠다니던 우주를 빈방에 넣고 다시,

나의 별을 만나러 다닌다


공덕수 18-03-13 15:28
 
ㅎㅎㅎ 참 재미 있는 시 잘 읽었습니다. 라라리베님.! 
좋군요.
     
라라리베 18-03-14 00:03
 
공덕수 시인님 반가워요~
열정적인 모습으로 잘 지내시죠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어떨 땐 사는게
다 코메디같기도 하고 비극 속에 피는 꽃같기도 하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무게는 덜어지지가 않습니다

시인님댁 냥이는 잘 있나요
16년을 같이 산 강쥐가 엊그제 떠나 저는
많이 슬프답니다
제가 사랑을 다른 강쥐보다 많이 못준탓인지
미안하기도 하고 남긴 자취가 크고 아프네요
시인님이 나비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
우울하지만 그냥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잊지않고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공덕수 18-03-14 05:22
 
아! 그러시군요.
제 남편은 영구(녀석의 이름)가 죽자 근 1년을 술만 마시면 울었어요.
저 또한 확 죽고 싶던 날
문득, 집에 두고 온 개 밥 생각이 나서 이승으로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어요.
어쩌겠습니까?
왔던 것은 다 가는 것인데요,
그래야 한다는 사실에도 가슴이 찢어질라 합니다만,
어디 바람이라도 쐬고 마음을 달래시기 바랍니다. 봄바람이 붑니다.
               
라라리베 18-03-14 20:44
 
삶이란 그렇게 아주 작은 것이 살아주는 것인가 봅니다
곁에 늘상 있는 사소한 것들
많은 것을 가지진 못해도 마음을 어루만지는
친숙한 것들의 표정 속에 하루가 저물어 가네요
바람이 환하고 밝아졌습니다
시인님의 따스함에 많은 위로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덕수 시인님^^
정석촌 18-03-13 17:48
 
만화경 속에  가득한  고슬한 기억들
우물 깊은  물속에

북극성이

라라리베시인님  상춘 전에  해후하셔요
고맙습니다
석촌
     
라라리베 18-03-14 00:08
 
만화경 오랫만에 듣는 말이네요
맞습니다 만화속에 요술구슬이 갖고 싶었답니다
사는 것은 계속 꿈을 꾸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 요술구슬은 이미 제 마음 속에
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겟습니다

정석촌 시인님 잊지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힐링 18-03-14 03:32
 
오래 전 시간 속으로 떠나는 여행에서
보여주는 주도면밀한 싯점과 그 속에서
보낸 한 시절의 순수와 동화의 어울림이
보여주는 극적인 긴장은
다시금 꿈을 꾸게 하는 별과의 만남이 시사하는 것을
깊이 공감합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라라리베 18-03-14 20:46
 
별은 언제 생각해도 언제 바라보아도
마음의 슬픔을 어루만지기에는 최적인 것 같습니다
순수했던 어린시절른
언제나 별과 같이 빛나고 있지요

깊은 공감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힐링 시인님^^
최정신 18-03-14 09:18
 
우리는 기억에게 평생 갚아도 못 갚을 채무자로 남겠지요
유년의 팩트를 소환해 한 편, 시의 모티브가 되었지만
동화 속 어린 공주가 꿈을 꾸는 상상에 듭니다
다양한 은유를 재료로 끌어내는 탁월함이  습작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좋습니다.
     
라라리베 18-03-14 20:57
 
만약에 어린 시절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삭막한 세상도 없겠지요
저는 오래된 어른이 되었지만
항상 알프스 소녀 하이디나 빨강머리앤의 꿈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적 끼고 살던 명작동화로 하루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아직 미성숙하니 문제점이 많습니다
시인님 시를 대하면 설명하기 힘든 아련한 특유의
아름다운 별빛을 느낍니다
자주 이끌어 주세요 격려의 말씀 정말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최정신 시인님^^
서피랑 18-03-14 09:56
 
이야기하시듯 풀어내시니,
라라리베님 가슴에서
참 많은 구슬이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뭔가 확 달라진 새로운 모습.
어쩌면, 라라리베님에게 꼭 맞는 옷을 찾아
입으신 것 같습니다.
유쾌하고 발랄한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라라리베 18-03-14 21:05
 
서피랑 시인님의 격려와 과분한 칭찬을 들으니
힘이 번쩍 솟습니다
그런데 한편을 그리고 나면 다시는 한줄도 안나올 것 같은
막막함이 밀려오는데 시인님은 안그러시겠지요
시란 생물은 카타르시스도 많이 주지만
너무 비워져서 밑바닥에 가 있는 기분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시인님의 격려 두고두고 되짚으며
저만의 길을 찾도록 고민해 보겠습니다
서피랑 시인님
유쾌하고 발랄하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의 길을 제대로 갈 수 있게 자주 두드려 주십시오^^
최현덕 18-03-14 10:22
 
기억을 찾아주는 마술에 걸렸다가
편안히 잠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토닥토닥 등 두드는 결에...
고맙습니다. 강신명 시인님!
     
라라리베 18-03-14 21:08
 
갑장 시인님이 편안히 잠드시는데 도움이 되었다니
보람이 있습니다
포근하고 좋은 꿈도 꾸셨겠죠
시인님에겐 더 많은 기억들이 저장 되어 있어
그 보따리가 더욱 풍성할 것 같습니다
쭈욱 시인님만의 유려한 필체로 하나씩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다녀가심 감사합니다 최현덕 시인님^^
두무지 18-03-14 10:48
 
아주 오래전!
기억을 새롭게 떠올리고 있습니다
동짓 날 새알은 나이 대로 먹고
소가 되기 싫어 목석처럼 한참을 서있고,
몹쓸 벙이 걸린다고 손을 피하며 도망치던
누구나 겪었을 유년에 풍습 같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별 나라 쯤에 머물 거라고,
천체 과학관을 떠 올리는 그리움이 아련 합니다.
늘 고운 시상이 재미있고 부럽습니다
많은 행운 속에 건강 하시기를 빕니다.
     
라라리베 18-03-14 21:14
 
시인님도 그런적이 있으셨죠
어릴적 기억들은 공유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순수하고 때묻지 않았으니
지금도 아이들을 보면 배울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분명 거쳐온건데
다 어디로 갔는지 가는 시간들이 무심하기만 하네요
시인님의 시상과 감성은 저보다 더 풍성하십니다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두무지 시인님 감사합니다  시인님도 늘 평안하시고 건강하세요^^
김태운 18-03-14 11:08
 
북극성에서 떠올린 아주 오래전 기억들
지금 다시 꺼내 살피고 있군요
자신의 별을 찾아...

마치 꿈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18-03-14 21:20
 
시인님의 꿈결같은 어린 시절은 바다와 수평선과 파도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겠네요
제주도의 별, 상상만 해도 아련합니다

언제나 창방을 환히 밝혀 주시는
시인님의 시편 잘 읽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같이 샘솟듯 뿜어져 나오지만
깊이를 함축시킨 절제된 시상에 탄복할때가 많습니다
다녀가심도 감사합니다 김태운 시인님^^
은영숙 18-03-15 01:23
 
라라리베님
사랑하는 우리 시인님! 안녕 하세요
어쩌나 오랜세월 동거 동락 했던 강쥐를 보냈으니
그 얼마나 가슴 아팠습니까?

저도 몇번 있었습니다  참으로 못 할 일이에요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하기 힘듭니다
힘내세요 시인님!

어린 시절의 동화 속의 꿈 속에 다시 머무는 것 같은 추억을
안아 봅니다  저도 유난히 책 벌레 였던 유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 오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순수한 그시절로 다시 가고픈 ......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고운 밤 되시옵소서
사랑을 드립니다 영원 무궁토록요 ♥♥
     
라라리베 18-03-15 12:18
 
반갑고 반가운 은영숙 시인님
시인님의 위로를 들으니 또 울컥하고 허전함이 밀려오네요
이별의 슬픔은 이렇게 밀물처럼 올라와
한번씩 휩쓸고 가는가 봅니다
보내고 나면 왜 이렇게 못해준 것만 생각나는지
정말 가슴이 많이 아프네요
시인님이 이렇게 힘내라고 외쳐주시니
많은 위로가 됩니다
따스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더 크나큰 고난 앞에서도 의연하신 시인님도
계신데 저도 잘 참아내야지요

누구나 한번쯤은 지나쳐 올 시간 속에 잠시 머물러 봤었습니다
같이 느끼며 공감했던 시절이 있어 기쁘네요

은영숙 시인님 오늘은 비가 촉촉히 내리네요
늘 건강하시고 평안한 시간 속에 계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사랑 많이 많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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