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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15 08:06
 글쓴이 : 활연
조회 : 278  


 모더니티의 얼굴
─ 엉금엉금 기는 방식으로

   활연





    1. 아방가르드

  일전에『밥의 형식─주꾸미* 별사』를 쓴 적 있는데 클리셰(cliche)다. 진부하고 케케묵은(hackneyed) 발상이다. 밥알은 형식이 없다. 밥의 전위(前衛)란 곤드레나물 넣고 참기름 넣고 비벼 곤드레만드레 목구멍 넘긴다는 뜻이다. 我方假RDE的 자동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밥의 문제를 해결했을 때 가능한 승차감이다. 전위는 척후병(斥候兵)과 같아서 빨리 죽을 수 있다. 이 별사에 꾼兄은 "발이 천수관음 팔보다 많이 달려 있어도"라며 엄살과 너스레웃음을 늘어놓더니 속도전을 펼쳤는데 지금은 축지법을 사용하고 있다.

                      * 주꾸미: 학명은 Octopus ochellatus (GRAY)이다. 준어(蹲魚)·죽금어(竹今魚)·망조어(望潮魚), 우리말로 죽근이라 하고, 초봄에 잡아서 삶으면 머리 속에 흰 살이 가득 차 있는데 살 알갱이들이 찐 밥 같으므로 일본사람들이 반초(飯鮹)라 한다. "3월 이후에는 주꾸미가 여위고 밥이 없다.”라고 기술하였다. 연안에서 서식하는 저서성이고 야행성인 종이며, 보통 바위 구멍이나 바위틈에 숨는다. 얕은 바다의 굴이나 해조, 빈 조개껍데기 속에 산란한다.


      2. 데카당스

   또한, 일전에『천국의 입구』를 쓴 적 있다. 그것은 낙지** 머리통에 관한 얘기다. 그것 또한 키치(Kitsch)다. 간접 경험이며 모방한 감각이다. 직접적으로는 천국을 경험할 수 없는데, 귀한 머리 즉, 귀두를 중심으로 살폈으나 병적인 감수성, 탐미적 경향, 전통의 부정 및 비도덕성 등이 특징인 퇴폐주의(頹廢主義)에 기울었다. 오兄은 작품성이 있다 판단했지만 오독일 가능성이 크다. 무의(無疑) 대사는 오타를 지적해 주었는데 속으로 씹새끼, 그랬는지도 모른다.

                     ** 낙지: 석거(石距)·소팔초어(小八梢魚)·장어(章魚)·장거어(章擧魚)·낙제(絡蹄)·낙체(絡締)라고도 하였다. 학명은 Octopus variabilis (SASAKI)이다. 몸의 표면에 불규칙한 돌기가 있으나 거의 매끈하다. 둥근 주머니 같은 몸통 안에 각종 장기가 들어 있고, 몸통과 팔 사이의 머리에 뇌와 한 쌍의 눈, 입처럼 보이는 깔때기가 위치한다. 팔에는 1, 2열의 흡반이 달려 있다. 팔 가운데 입이 있으며 날카로운 악판(顎板: 연체동물의 인두 안에 있는 턱)이 들어 있다. 일이 매우 쉽다는 뜻으로 ‘묵은낙지 꿰듯’이라는 속담이 있고, 일을 단번에 해치우지 않고 두고두고 조금씩 할 때 ‘묵은낙지 캐듯’이라 한다.


      3. 포스트모더니즘

   "이것들은 허공을 헤엄쳐 온 작열통 식히기 위해 심해를 어슬렁거린다 문장은 먹물을 묻혀 온몸으로 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이나 지구 대소사를 위해 점성술을 펼쳐 보이기도 하였다"라는 식으로 쓴『팔초어***』가 있다. 이 글은 구룡포항을 배경으로 한 것이지만 주체 및 경계의 해체나 탈장르화는 이루지 못했다. 바닷물에서 치솟은 손바닥에서 바스(Barth, J.), 호크스(Hawkes, J.) 등등의 생각을 엿보았을 뿐이다. 동피랑兄은 이 장면에서 "쑥 내음 나는 갈매 남풍 장풍에 힘껏 날려 보"냈지만 아름다운 사람은 통영에 살어리랏다, 그이가 다만 그리울 뿐이다. 시엘兄은 그 당시 공육 하늘을 날고 계시었다.

                     *** 문어: 팔초어(八梢魚)·장어(章魚)·망조(望潮)·팔대어(八帶魚)라고도 하였으며, 학명은 Paroctopus dofleini (WuLKER)이다. 눈은 척추동물의 카메라눈과 비슷하게 발달되어 있고 뇌도 발달되어 있다. 제트식 운동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헤엄칠 수 있으며 수심 100∼200m 되는 곳에서 산다. 외투는 짧은 난형이며 몸표면에 작은 유두(乳頭)가 많이 있다. 피부는 미끌미끌하며 살아 있을 때는 가는 주름살이 있다. 눈 위 뒤쪽에 귀 모양의 작은 돌기가 있고 다리와 다리 사이에 넓은 막이 있다. ≪규합총서 閨閤叢書≫에서는 “돈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배·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쇠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대가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고 하였다. ≪동의보감 東醫寶鑑≫에서는 “성이 평(平)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먹어도 특별한 공(功)이 없다.”고 하였다.




참고①
밥의 형식
─ 주꾸미 별사



  버둥거리는 빨판들이 그릇 밖을 넘본다
  사방으로 나뉜 발이 도망간다
  도망이 이내 가위질 된다
  먹물로 가릴 수 있는 최후는 없다

  점성술사 문어로 살지는 못했어도
  궁리를 모아 견디고 뒤를 버리며 왔다
  물컹한 외피에 발을 박고 흐느적거린 두족류,
  느린 발로 걸어온 생이 지그시 눌린다
  가윗날이 실눈을 뜬 익사체
  머리통과 나머지로 가른다

  해안선은 창문을 툭툭 처대고 전망이 돌풍에 들썩거렸다
  이 화탕지옥은 밥의 시간을 마감하는 것이고 또한 밥으로 가는

  용트림하는 검은 탕(湯)에서
  검은 피를 떠낸 숟가락이 상여 같다
  빨판에 어금니를 찍힌 나도
  뇌수 흥건한 바다를 꿈꾸긴 마찬가지
  배고픔을 잘 견디지 못하는 버릇이 군침 흘린다

  머리통을 가르자 밥의 형식을 고민한 듯
  터울 없는 주검들 밥알 꽃 피웠다
  머릿속 촘촘한 배꼽, 두려움 없는 눈 껌벅거리다 멈춘
  작은 씨알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뼈와 피가 건너오던 탯줄을 목에 감았다

  숨통 끊어진 누의 내장을 뒤적거리던 사자가 피묻은 입가를 날름거리듯
  먹물 같은 연민과 살해 흔적을 스윽 닦는다

  밥의 생각이 굳은 고두밥 한 숟갈
  생살로 쪄낸 표정이 목구멍을 헤엄쳐 넘는다



참고②
천국의 깊이

─해석학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성애학erotics이다. (수전 손택)



  천국의 문을 찢고 나온 후부터 내내 쓸쓸하다. 식도로 삭도를 내리고 꾸준히 배후를 공수했으나 돌이 된 말들은 올라오지 못했다.

  하여 첩자를 내려보내 예쁜 딸 두 마리만 간신히 건져 올렸다. 똥꼬에 힘을 잔뜩 주고 찔러도 닿지 않는 깊이란,

  이곳저곳 천국 문을 들쑤시다가 싸대기 맞는 일도 허다하겠는데 정갈한 거웃 아래 함초롬한

  중학교 시절 사전에서 '씹'을 찾았더니 마침내, 그 이웃한 씹두덩, 씹거웃(훗날 이것은 디지털의 어원이 된다?), 씨발 외전 등을 알고 상상력이 자위를 권장했지만 천국의 입구를 알아채는 데는 더 많은 자위가 필요했다.

  천국에서 흘러나오고부터 내내 쓸쓸을 쓰다듬으면 갈라진 도끼눈을 뜨고 또다시 천국을 청한다.

  천국의 깊이를 재려고 치타처럼 뛰는 밤이란 또한 쓸쓸하다. 패잔병처럼 모로 획 자빠질 때마다「구지가」를 불러보지만 거북은 머릴 내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천국으로 가는 길을 구축하기 위해서 머리와 기둥을 수리 보수하고 해바라기를 심고 칫솔을 갈아 넣고 이가튼튼…

  보지 말라는 것인지 보고 있지란 뜻인지, 늘 붉고 캄캄한 천국. 종래로 무성한 두덩을 벌초하고 겸허히 회귀하도록 애써야겠다.



참고 ③

팔초어八稍魚



  구룡포항에 가면 외계가 빨랫줄에 걸려 있다 머리에 여덟 개 발을 달고 카멜레온 살갗을 빌린 몸 표면에 유두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바닷속 별똥별 우물에 갇힌 치어들을 위한 것들이라지만 젖 물리는 걸 포착하기는 어렵다

  이것들은 허공을 헤엄쳐 온 작열통 식히기 위해 심해를 어슬렁거린다 문장은 먹물을 묻혀 온몸으로 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이나 지구 대소사를 위해 점성술을 펼쳐 보이기도 하였다


      *


  해저를 탐색하다가도 물기슭에 엎드려 두고 온 별을 회상할 때 외계의 눈빛은 그렁그렁해진다

  포구의 사람들은 바다에 항아리를 빠트려 외계 첩자들을 건져 올리지만 첩자들은 우주에 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머나먼 바깥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조갈이 걸린 사람들이

  유리관에 가두고 대가리를 주물럭거리고 악착같은 빨판 몇몇을 떼어내거나 세번째 발가락에 깃든 그것을 조롱하기도 하였으나

  갖은 고문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도 누설하지 않았으므로 솥에 푹푹 삶아 빨랫줄에 걸어놓게 되었다


      *


  외계가 궁금할 때엔 구룡포항에 가볼 일이다
  외계 문서는 먹물에 흐려져 문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걸 미리 짐작하고 가야 한다

  형상으로 우주를 파악하기는 힘들어도 우주의 발가락 하나를 떼어내 질겅질겅 씹으면 심해 바닥에 고요히 슬어놓은 듯한 우주의 기미를 느낄 수 있다

  제사상에 이것을 얹어놓는 것은 외계 전갈을 묻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뱅이나 화이트홀이나 거대한 우주의 변화나 조상에 대한 소식은 함구하고 가끔 화산 폭발 징후를 예감하며 눈을 껌벅거릴 뿐이다


      *


  대왕 외계는 휘하 침투 첨병들을 갯벌에 묻어놓기도 한다 사람들은 속내를 모르고 낙지다 주꾸미다 하며 날로 혹은 통째로 삶아 능지처참하거나

  우주 전쟁도 별거 아니라는 듯 오랫동안 모진 고문하고도 모르쇠한 증표가 있다 구룡포 앞바다에 빈 손바닥 편 손목을 꽂아둔 게 그것이다

  손아귀가 발달한 종족들이 구원을 청하는 거라 오인한 먼 외계는 자꾸만 먹물 뿜는 문장을, 이내 캄캄하게 흐려지는 암호문을 바닷속으로 쏘아대는 것이라는데

  우주가 쓴 문장은 빨랫줄에 걸려 펄럭일 뿐이라는데





라라리베 18-05-15 11:29
 
활연 시인님 혹시 천재십니까
아이큐가 어떻게 되시는지
시집 꼭 내십시오 독자 일착 예약하겠습니다
부록으로는 시로 푼 인문학이나 철학책 첨부하시면
장안의 화제가 될 듯합니다
시를 읽다 문득 교과서가 이런식으로 되어있다면
저도 조금은 성적이 더 좋지 않았을까 ㅎㅎ
흥미진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활연 시인님 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시 감사합니다^^
     
활연 18-05-16 08:58
 
네, 천까지 셀 수 있습니다. 헛둘석삼....천
시집을 가야 집을 내지요. 예약이시라면 오백원
장안에 불나면 소방서 바쁘겠습니다.
지난 성적을 수정할 때는 수정액을 이용하십시오..
흥미가 전진하면 저도 흥겨울 것 같습니다.
저의 말장난이라고 봐야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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