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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12 13:33
 글쓴이 : 활연
조회 : 285  

우린
수정구슬 속 겨울을 알고 있지


활연




   아침마다 눈 덮인 길을 연다 빗자루로 닦은 길은 차다 눈사람 눈동자가 녹아내리는 시간에 너는 외롭다 유리창에 그린 입김은 장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므로

  다락에 누워 그날 죽은 별들을 닦는다

  그치지 않는 눈발을 자르며 무릎의 지방을 태운다 머나먼 유역으로 논물을 흘리며 달우물 길어 조금씩 눈썹을 적신다 새가 가져간 텅 빈 혼,

  땅에 젖 물리고 더는 낮아질 수 없는 육체

  얼마나 벽지를 발라야 하나 희미한 눈동자가 굴리는 마을로 흘러가 끊어진 문맥을 잇는데 생을 다 소모하고 텅텅, 겨울강, 말없음표 물고가는 물고기들

  이 생에선 위독해지기로 하자

  네 알의 둥지는 얼음장 아래 있다 발이 빠진 문장을 들고 메아리를 마신 거울은 닦지 않아도 된다 너무 멀리 가서 아궁이를 안고 죽은 여우

  꼬리붓 휘저어 잿더미가 된 문장을 갈아엎고 점자를 번역하는 구름에게, 국경을 지우며 날아가는 새들에게

  삼십 촉 알전구 묽은 촉 마르도록

  새하얗고 따뜻한 조장(鳥葬)
  새들이 뜯어먹을 문장을 위해서 우리 겨울은 혹독해도 된다

  오늘은 문장의 목구멍을 쪼아 먹고 모래주머니 가득 흰 피를 흘리겠다







시엘06 18-06-12 14:58
 
겨울강이 눈부시게 마음을 파고 드네요.
갑자기 겨울이 그리워집니다. 겨울로 가서 겨울 새들을 보고 싶네요.
우리는 따뜻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못한 겨울을 아쉬워 하며.

오랜만에 아름다운 시를 읽었습니다. 잘 지내시죠? ^^
     
활연 18-06-12 17:18
 
수년전의 글을 요즘 감으로
좀 고쳤지요.
마음의 겨울도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마황a 18-06-12 21:48
 
시가 감동적입니다..
활연 시인님을 알듯 합니다..
노래도 진동해서 마음을 잡아둡니다..
훌륭하다 못해 진지하게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고맙습니다..
     
활연 18-06-12 21:55
 
우와, 대마황님의 칭찬을 듣다니
영광입니다.
좀 더 좋은 시가 올라오면
합평방에도 가볼 생각입니다. ㅎ
습작의 나날은 좌절과 절망일지라도
언젠가 햇살 깎아 아름다운
빛을 만들리라.... 믿어요.
마황님 화이팅...
한뉘 18-06-12 22:06
 
겨울을 구슬 안에 다채롭게
가두셨습니다
뚝 떨어진 한 계절로
색다른 느낌의 자연물상과 조우를 합니다
사철 봄기운 가득하시고
겨울은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아이스크림 같기를요
좋은 시 머물다 갑니다~^^
     
활연 18-06-13 22:06
 
습작이란, 지난한 길이기도 하고
또 빈번한 변명이기도 하겠지요.
이곳에서 어울렁 더울렁
어울리시며 시 숲을 가꾸는 모습
좋습니다. 저도 십 년 정도는
이곳에 머물렀지만, 늘 고향 같은
곳이지요.
유월에도 좋은 시 많이 낳으시기를.
임기정 18-06-13 17:34
 
왓다메
할연이 형 계탓다
마왕님에게 감동이라는
오메 좋은것

잘 읽었습니다
     
활연 18-06-13 22:07
 
전국에 방목한 아이들은
다 모았나? 더는 그런 일
없도록 단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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