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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11 10:15
 글쓴이 : 泉水
조회 : 84  

 

* 바람 따라

 

가벼운 차림에 바람 따라 당도한

사찰 입구에

삼백년 느티나무가 붙들고 있는

부도(附圖)는 지유(地乳)를 찾는 이들을

한 그늘 속으로 불러 모으고 있구나

굳이 우락부락한 사천왕문을 들어서지 않아도

돌계단 아래 느티나무 그늘은 푸르고 시원하다

금의를 걸친 곱디고운 부처님 형상 앉아있는

대웅전 위로는 색계도 지워지고 무색계의 설법만

무량하니 나는 도저히 그곳이 사람 살 곳이 아니란 생각에

절 아래로 도로 발걸음을 향하였더니

절 아래 계수(溪水)에 발 담그고 노니는 중년의 여인들이 한 패 있다

연배로 보이는 여인들을 보니 세상 재미는 저곳에 다 있다 생각들었네

세상을 밝히는 활기찬 넉살웃음과 행복이 물결치지 않는가

흐르는 물에도 씻겨가지 않을 인연들끼리의 추억된 생활이리라

스님도 너무 멀리 가면 하늘이 높고 산이 깊어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내 같이 구경나온 처자를 데리고 부처님 옆모습 얼핏 봤으니

죽녹원 국수집 거리로 가자하였네

한줌 그릇 속에서 멸치국물에 담긴 긴 면발을 건질 때

대숲의 공명을 뚫고 여름을 즐기는 한철 잠자리들이 한 떼 곁에서 날고 있었네

 

*禪學風流

 

 

 


잡초인 18-07-11 10:43
 
바람따라 부처님의 깨닮음과 세속의 풍광이 읽혀지는 언어들입니다ㆍ감사 합니다
활연 18-07-11 13:21
 
오래전부터 보았던 문장의 단단함
사유의 깊이, 등등
시를 다루는 단아하고 주제를 향한 집중력
한 편에 녹아 있는 화자의 시선,
바람 한 차례가 공중을 잘 닦아놓듯이
청아한 경지에 머물렀습니다.
꿈길따라 18-07-11 19:28
 
삼 사십 여 년 전 읽어던
헤르만헤세의 작품 [시타르타]가
문득 뇌리에 스쳐 지나갑니다.

향필하여 시향 휘날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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