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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9-14 11:20
 글쓴이 : 아무르박
조회 : 99  




이유가 없는 이유


아무르박


훌쩍 떠나고 싶다면
섬 속의 섬, 석모도에 가 보라
오늘은 가을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다
낮게 드리워진 회색빛 구름보다
두꺼운 갑옷을 입고 무장 무장
나를 세상과 등지게 할 그 무슨 이유가 있으랴

이유가 없다면 죽을 이유도 없다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지옥이다
미움도 사랑 때문에 생긴 일
매듭을 풀지 못하고 사는 것도 내가 감당해야 할
여기서 길이 아니다 여겨질 때
무인도가 또 앞에 놓인다

포구에는 연락선이 끊어졌다
섬에 다리가 놓이면 사람들은 섬이라 부르지 않는다
겟고동 소리 들리지 않지만
바람이 분다
분명 이 바람은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
누구나 한 번 자작나무 숲에 발을 들여놓으면
길을 잃어버린다는
시베리아 타이가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어쩌면 그도 아니다
끝도 없는 몽골의 초원
가도 가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고비사막의 바람인지도 모른다
망막하기는
바람길에 선 나보다 더할까

허름한 선 술집은 없다
내가 빛나는 갑옷을 입은 까닭이다
겟지렁이 끝에 입을 연 망둥어를 썰어
소주를 마셔라
이것이 생애 마지막 만찬이다
여기서 나를 죽여야 네가 내 안에 살아있다
사랑도 애증도 아~ 문학의 시녀가 된 밤도
낮보다 부끄럽지 않게 소주를 마셔라
누구나 한 번 감탄사를 연발하는
석모도에 석양을 보러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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