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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12 14:51
 글쓴이 : 오영록
조회 : 284  

대상포진

 

 

수염을 깎고 있다

오래된 면도날 탓인지 수염이 긴 탓인지

잘리는 것인지 아니면 뽑히는 것인지

듬성듬성 뽑히기도 뜯기기도 했다

 

아침마다 수염을 깎기 전까지는 털북숭이 벌레다

밤마다 긴 털로 꿈속을 방황하다가 어떤 이름 모를 새의 먹이가 되는

 

털이 뽑힌 옆구리로 붉은 꽃이 피었다

금잔디처럼

은하수처럼 총총 띠를 이뤘다

 

나는 왜 아침마다 수염을 깎아야 인간이 되었을까

잘리다 만 털이 땀구멍을 찾아 다녔다

 

원시에서 오셨군요.

다시는 인간이 될 수 없으니 반인반수(半人半獸) 사시는 수밖에요

의사의 타박에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어디선가 벌레 소리 만 메아리쳤다

 

밀다 만 털 때문인지 옆구리로 소름이 돋았다

턱으론 여전히 털북숭이 벌레가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무딘 면도날이 소름을 긁어대고 있다

 

소름이 잘린 자리로 송골송골

붉은 조화가 핀다.


전영란 17-10-12 20:00
 
붉은 조화가 대상포진인가요
수염을 깎아보지 못했지만
재미있습니다...ㅎㅎ
김태운 17-10-12 20:40
 
어째 수상한 대상포진입니다
턱으로만 기웃거리는...

ㅎㅎ

갑장님 좀 쉬셔야겠습니다
수염 기르는 농삿일이
예삿일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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