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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09 20:07
 글쓴이 : 임소우
조회 : 1080  
육개장 / 임소우

죽음의 그을린 향 앞에
생이 남긴 마지막 한 장의 웃음 앞에서
양지머리가 든 육개장 한 그릇을 먹는다
소 가슴을 튼실히 채우던 살이
우리 가슴에 패인 곳을 단단히 메우도록
고인의 생애를 곱씹으며 술로 감싸 목구멍으로 넘긴다

슬픔 앞에서 겸허히 오가는 숟갈질을 부디 욕되다 하지 마라
끓는 국물로 위장을 데우는 것
술로 차가운 슬픔을 애써 고아내는 것은
헤아릴 수 없는 내일과
또 지체할 수 없는 오늘을 위해
쉼 없이 타오르는 숯이니

슬픔에 불꽃이 가물거리지 않게 숯을 넣고
선명하게 타오르도록 간직하는 것은
삶을 지탱하는 발짓이고
이제는 흔적으로 피어나는 그들을 위한
배웅의 손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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