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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07 11:48
 글쓴이 : 미스터사이공
조회 : 250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철커덕, 약실에 탄약 일발을 장전하는 소리

금속성의 잠금장치가 풀리는 사정거리 안에 그녀가 있다

안전제일의 수칙에 따라 사방이 차단된 무인도에 잠입한 그녀는 비밀을 거래하는 스파이다

잠긴 커튼 사이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은 장갑을 낀 것처럼 흐릿하다
방아쇠를 당겼다가 혹여 스치기만 한다면 그녀의 본색은 감출 것이다
사내는 방아쇠를 좀 더 참기로 한다 
 
사정거리가 좁혀질수록 백발백중의 사격술을 자랑하던 사내의 말초가 총구처럼 달아오른다
방아쇠를 쥘 것인가 당길 것인가 이제 최후를 결정해야 한다
그녀도 화약 냄새나는 총구가 자신을 겨누고 있음을 직감한다

순간 아직 무사한 것에 안도한다
그러나 거리를 멈출 수는 없다 최대한 타들어 가는 내면을 숨기면서 서서히 간격을 좁혀야 한다
자칫 내면의 진동을 들켰다간 사내를 자극하여 총구가 불을 뿜을 것이다
비밀을 지키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탈출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운명이라 세뇌한다
그녀는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자 각오에 찬 도발을 하고 싶어진다
총구를 단숨에 뛰어넘어야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내의 총구도 그녀의 몸을 벗어나 그녀가 날아오를 허공 어딘가에 비밀리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울컥 그녀가 날아오른 허공에 사내는 일격을 가했다
비밀과 비밀이 교차하는 최후의 순간, 뿌연 화약 냄새와 함께 탄피의 비명이 허공에 박혔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흐릿함이 아니라

명중을 향해 멀리 날아가고 싶은 진동 일 발이 폭발한 것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4-17 11:03:06 창작시에서 복사 됨]

책벌레09 17-04-07 14:36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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