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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舊. 우수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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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04 07:57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440  

오골계

 

잠깐 설겆이가 끊긴 막간,

녹이 슨다고 작업대에 튕긴 물을 닦아야 한다

밥 공기 두껑과 유리컵은 반짝반짝 빛이 나야 한다

무슨 일이든 사장 핑계를 대며 만들어 내는,

나와 같은 일용직 가사원 여자가

오골계 닭장이 있는 뒤란 냉장고에

무우를 신문지에 싸서 넣어라고 한다

 

작업대 보다 삭신에 녹이 먼저 슬어

찌개 거품 걷어낸 밥 두껑처럼 눈빛이 멀건한 나는

무우 보다 먼저 내 엉덩이 밑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오골골, 오 골골골,

오글오글 생똥을 밟고 서서 오늘 내일 하는

오골계 소리를 듣는다.

 

뼈가 검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바구니에 버려지는 뼈가

백년을 갈아서 다 닳은 먹처럼 검었다

먹물 든데 없어 白痴 같은 나는

놈들의 똥집을 반으로 갈라 노란 똥막을 발라내며

간을 에워싼 흑막을 걷어 내고 쓸개를 발라내고

오전에 사장 남편이 닭을 잡고 흘려 놓은

검은 깃털을 호스의 물로 씻어 내린다.

 

늘 책을 가지고 다니지만

내 책은 발톱 무좀 걸린 발톱처럼 퉁퉁 불어 있다

햇볕과 비 바람의 지문으로 두꺼워진 책에

나의 지문은 희미하다

허리가 아파 엑스레이를 찍으면 나오는

흰 뼈가 원망스러울때면 삭아서 토막이 난

그 검은 뼈들을 우려 먹으며 뼈를 물들이고 싶었다

뼛속까지 들었을 누군가의 먹물을 사랑해서

살성 흰 나의 몸을 화선지로 깔아 준 밤도 있었다

 

"그릇 들어 왔다. 뭐하노! 빨리 않오고"

 

씻지 않아도 흰 무우들을 신문지에 다 싸기도 전에

뼛속까지 검은 닭을 팔자고

목이 비틀어지는 닭소리를 내며

나와 같은 일용직 가사원 여자가 사장처럼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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