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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09 14:58
 글쓴이 : 글지
조회 : 1258  

 

용산역 붉은 조명 밑으로

다양한 정육점들 달그락

돈 굴러오는 소리에 점점 줄어든다

투명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실한 고깃덩이가 허공에 둥둥 떠 있다

오빠! 한 점 맛보고 가

고놈 참 맛나겠다

1인분 얼마인지 물어본다

여주인과 끊임없는 실랑이

그럴수록 더욱 탐하고 싶은

뽀얀 핑크빛 살결이 눈부시다

 

이유는 항상 그랬다

외로움에 몹시 허기가 졌다고

현실적인 만남은 무섭기 그지없다고

저 당당하게 서 있는 고깃덩이가

항상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한여름 밤

가난한 고깃덩이는 내면부터 썩어가고

나도 그렇다

본래부터 상한 이가 상한 것을 먹어야지

이열치열인 것처럼

열에 녹아가는 유리창과

서럽게 오빠를 찾는 이들을 뒤로한 채

흥정은 항상 좋게 끝난다

 

여주인은 투명한 봉지를 한가득 내민다

겉으로 비춰나는 빨간 핏물과 잘린 고깃덩이

그 자태는 선명하고 나름 흥분된다

이내 나의 가난한 야수성은 알몸으로

유리창 안에 대신 걸려있다

지글지글 달궈진 프라이팬 위로

고기 한 점 올린다

신음을 내며 구워진 고기

마치 서로의 죄를 억지로 쑤셔 넣는

식도의 뜨거움과 소주의 청량함이

오늘도 외로운 이유가 된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8-12 10:26:34 창작시에서 복사 됨]

36쩜5do시 17-08-09 19:55
 
정육점의 고기와 열대야 그리고 사창가의 모습이
어우러진 빠알간 시 한편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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