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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21 19:17
 글쓴이 : 활연
조회 : 1598  

가을을 살았다

     활연



행인들이 의자의 자세를 고친다
우두커니 차를 기다리며
한낮의 간격을 조절한다
나는 바퀴 자국을 늘여 너와 멀어진다

사물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내가 하는 행위는 고작
붉은 잎 하나를 고르는 일

참 좋았어, 라는 아침을 떠나는 중이다
버스가 이따금 덜컹거린다
유리창에 부딪혀 목이 부러지는 햇살처럼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게 있다면
수사학이라도 익혀 둘 걸 
숨 가쁜 시간을 숨소리 안 나게 요약하는 요령을
배워 둘 걸 그랬다

눈동자 속을 오래 걸으니까
몇 개의 정거장이 생긴다

푸른 저녁이 쌓인 구릉 아래서
네가 막차를 기다릴 것 같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09-25 11:11:28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김태운 17-09-21 20:10
 
오랜만입니다
가을 여행이군요
저도 그 눈동자에 비친 어느 초라한 역에서 주춤거리다
인사 놓습니다
김 인수 17-09-21 20:55
 
가을은 마녀 사냥이다.
쫒고 쫒는 그 무서운 질주가 있고
결국 어느 경계에서
지구는 사각이라는 것을 알게 될게다.

바람이 여름에 툇마루에서
발기부전으로
눕는듯 하지만 마지막 칼 한자루를
시퍼렇게 갈아 놓았겠다.

가을이 문밖에 서성이면
천각을 재고
죽을 시늉을 하지만
눈에 핏발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느 경계

그리고
숲으로 간다
시퍼런 칼날 하나 들고 갔는데
무슨짖을 했길래
숲이 헐렁해젔다.
바람의 붉은 신발만 툭툭 떨궈놓고

나도 이 가을 어느 자락에 누어야
활연님 문장
근처라도 다달을까요

활연님의 아름다운 시 감동으로 읽고 갑니다
오랜만이네요
이종원 17-09-22 10:19
 
이런 서정을 읽고 있으면 온몸이 가을밭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붉은 잎 하나 고르기 위해 10월 앞 깊은 잠복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수련향기 17-09-27 22:03
 
흐르는 음악과
붉은 잎 하나 고르는 시간...

또 가을이 오고
나는 또 가을을 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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