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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舊. 우수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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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24 13:05
 글쓴이 : 창동교
조회 : 895  


              
          


               숨어서 우는 계절이 온다면,

                   




매미들이 바닥에 떨어져도
쉽게 끝나지 않던 여름
죽음 위로 쌓이는 그림자마저 
누군가의 실루엣처럼 뜨거웠다면
죽은 육신의 온도, 라고 하자
고목을 끌어안고 최선을 다해 
제 몸을 떨어댔던 삶이었다면
걸리버 여행기처럼
어떤 소인국의 제물이 되어도
그건 아름다운 퇴장, 일 수 있어


웅크려 앉아
입술이 아닌 가슴으로 울어야하는
한 여자의 밤은 어떤가
풀숲에 숨어 우는 귀뚜라미마저
혼신을 다해 날개를 떨고 있는데


쉽게 꺼낼 수 없겠지
오직 그녀의 이야기는
등댈 수 있는 부엌만이 들어줄 수 있다, 라고 결론짓자
꾹 참아왔던 날들은
밤새 숨어있던 먼지처럼 
창문을 파고드는 이른 햇살에 발각되고 나서야
홀연히 사라질 슬픔들


매미들이 바닥에 떨어져도
끝나지 않던 여름
얌전히 죽은 매미가 
가로수를 기어오르는 상상을 해
우글대는 소인국의 제물에서 벗어나
초여름으로 돌아가는
아니 요람의 땅으로 들어간다면
다시 그 세월을 버틸 수 있을지


가로수 간격으로 죽은 매미들을 발견할 때
나는 낙엽이라 생각했어 
시나브로 가을은 오고 있었지만
그 고독이라 불리우는 계절의 절정이 
시작보다 먼저 닥쳐온다는 상상을


모기에 물려 자다 깬 날
손가락과 복사뼈가 몹시 따거웠지
부어오르는 살점은 낙엽처럼 바스락거렸지
긁어댈수록 더 큰 무덤이 되어버렸어
습관을 주고 가버린 사람이 떠올랐고
긁어댈수록 더 큰 단풍이 되어버렸어


#


침묵만을 들어주는 까만 아침은
소리가 아니라 
생각이 돌아다니는 시간
밖으로 나가서
살아 움직이는 그림자를 찾아보는 거야


어둠이 완전히 걷히기 전
희미한 가로등을 통해서
나에게 달려오는 그림자를,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09-26 19:08:09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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