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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29 16:08
 글쓴이 : 밀감길
조회 : 1341  

당신의 말이 내게 닫힐 때

 

 


아직 9월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시를 써야 한다는 게 슬픈 밤입니다 원고지 첫 칸을 띄어 놓고 한참을 망설였지만 오래 전에 배웠던 당신 말들이 책성서랍 깊숙한 곳처럼 아득합니다

 

그저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옮겨 놓는 일일 뿐인데 어느 가을 저녁을 떠올리는 일일 뿐인데 생각을 뒤집어버리는 건 어째서 이렇게 부끄러운 걸까요 궁금한 듯 하나 둘 켜지는 가로등 아래를 나는 모르는 척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물이 담겨 있지 않은 물병자리에 대해 뭐라고 말 할까요 지느러미도 없이 헤엄치는 남쪽물고기자리는 또 어떻고요 점과 점을 이어주는 건 당신과 함께 했던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모두 끝나면 당신도 없는 겁니까

 

대답할 수 없다면 침묵해야 하겠지만 새벽 세 시의 공기는 한심한 고백보다 차갑습니다 저기 달이 밀입국자처럼 몰래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똑바로 보고 하품을 하지 않듯이 나도 달의 뒷면에 대해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0-05 12:16:28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창동교 17-10-08 15:24
 
몇몇 문장들이 저를 콩닥거리게 하네요
좋은 시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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