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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29 08:18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474  
종이의 조상이 양떼들이였다니,
그래서 종이는 세상의 숲들을 먹어치우는가,
찢어진 종이의 피가 몸을 돌아 데운 손으로
흙발 저린 반가의 사유를 괸다
오늘도 나는 감나무에서 떨어진 홍시의 자세로
터진 환부를 뭉개고 앉은 길 짐승을 옮겨 적었다
찢어지는 종이의 파면을 그리며 심장은 뛰고,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밥풀을 밀어넣고 근근이
이어붙인 파면이 밤새 마르면 다시 찢어지는 일을,

삶이라고 적으면
가슴에 쌍봉이 달린 직립의 낙타들을 타고

사내와 아이들이 건너는 사막에서도

사그락 사그락 종잇장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목동이 피리 소리를 멈추면 길을 잃던 

순한 태양을 번제로 잡는 저녁이면

강가에 길게 엎드려 피 닦은 구름을 씻는

늙은 갈대들의 흰 등이 저물도록 들썩였다

그래서 종이에선 육체에서 벗겨지는

산 짐승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가? 


내일이라는 종교를 버리던 밤,

수녀를 범하듯 오늘을 무더운 육신 밑에 깔았다

순교는 의지보다 혈통에 가까운 병력,

순간 순간 너를 찢어서 흐르는 피로 순례하는

이 생이 성지라, 나 자(自) 신(神)을 향해

찢어진 종이의 파면을 긴긴 제문처럼 읽으며

산 제사를 올린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03 10:22:04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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