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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4 03:36
 글쓴이 : 칼라피플
조회 : 577  

여자의 수면 위를 걷고 싶다

 

 


논 물 주고 돌아왔나

저수지가 잠들어있다

사랑방에서,

가뭄 든 날

수면의 자크를 열고

기억을 발라낸 잡동사니들

시간의 바닥을 줍는다


누군가를

상처하면 잠버릇이 저렇다

바람벽을 향해 모로 누워

봄 밤

개구리가 산다고 생각한 입,

마음 속으로 가라 앉히지 못한

농약병이 떠있다


한 번 돌을 맞은 자리

물수제비 차례가

다음 사람에게로 찾아온다


잠꼬대는 왜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가로

시작된 물빼기

물 속에서 시간은 젖지 않으나

녹이 슨다

가물가물하다


눈꺼풀로

잠의 우물 덮고

기억될 그 무엇이 있어 고여있기로 했다


칼조차 운명을 그을 수 없는 몸

새가 심중을 향해 걸어가고 발자국이 아문다

달력의 날짜들 사이 기억이 동그라미 떠 있다

혼자 눕는 잠이 돌아오면 나는 오리 떼를 세본다

당신의 수인번호처럼 잠옷으로 갈아입는 시간

언제나 저 숫자가 함께 하리


기억의 수문을 개방하는 날도 더러 있다

누군가를 잊을 때 밑바닥에서 되찾아준다


저수지란 맨바닥 눕는 잠인데

수면을 걸어가되 깨지 않을 발이 무엇인가


나는 물갈퀴 없이 태어났다


오늘 밤 당신은 꽉 닫은 살이었다

잠이 깊다

익사 주의 푯말을 달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10 14:52:2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이명윤 18-01-04 13:21
 
근사한 표현들이 많아 시를 읽는 재미를 주네요,
잠꼬대를 들을 수 있었으면,
관념적 비유를 조금만 줄이고 그 자리에
이불 밖으로 나온 다리나, 팔처럼
그녀의 일상이 맨 살로 드러났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하올로 18-01-04 16:18
 
좁은 소견으로는....

사유도 깊고 표현력도 감각적이고....진술력도 돋보이고...
이제 한 고비만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윤쉰이 앞서 말한
'삶 혹은 생활'의 어느 서늘한 단면을 내 안으로 들이는 일.
그것으로 독자를 주억거리게만 한다면....

우리 시마을에 좋은 시인을 맞이하는 경사가 있을 듯 싶습니다.

건필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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