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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6 01:21
 글쓴이 : 활연
조회 : 590  
 

반려인

   활연




   이놈은 털 난 짐승치고는 순한 편이다. 세면대로 데려가 씻기면 물속에 녹아버린다. 

   이빨을 드러내고 가르랑거릴 때 목구멍 너머 빨간 쥐들이 보이기도 한다. 

   외려 나에게 목줄을 걸고 마실 나가기도 하니까「난」뭐지? 그럴 때가 있다. 

   치명적인 재롱은 사타구니로 기어와 아첨한다는 거다. 사면발니처럼 

   징글징글하지만 이것은 사육사가 감당해야 할 어쩔 수 없는 일. 

   만년설을 오를 때는 장엄해 보이기도 한다.
   발자국만 등을 밀어주는 희디흰 능선을 걸을 때는 긴 그림자 무겁고 설인처럼 덥수룩하다. 
   이놈이,
   화엄세계를 다녀왔다고 진여眞如를 안다고 떠벌릴 땐, 
   이놈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한다. 희디흰 절벽을 경험한 자는 무섭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불 속에 묻어두고 자꾸 흰 꼬리를 잡아당기는지,

   이놈도 이젠 지겹다. 우주 너머 신의 목구멍으로 차버려야겠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11 20:19:18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동피랑 18-01-06 02:12
 
부리는 언술이 이 정도는 돼야 나도 시에 사요 할 텐데.
졸다가 이미지 1빠를 놓쳤으니 새해 들어 좋은 일 하나 했지롱.
주말이라 가까운 태평양 돌보러 가는데 활연님 안부도 전해주겠습니다.
     
활연 18-01-06 02:36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반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
  ....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 나무에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 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이생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예전 것 가지치기를 좀 했는데 밍밍하지요, 늘.
고래 잡으러 가시나 봅니다. 밍크고래 덮고 따뜻한 행차 되시길.
저는, 뇌졸증 때문에 급 쓰러진 장인, 문안 갑니다.
잡초인 18-01-06 08:55
 
함께하던 반려가 등돌리는 반려가 되버린 세상. 언술의 마법사 같은 활표시는 뜨거운 표상입니다. 많이배우고있어 오늘또한 즐거운 주말이 될것 같습니다. 감사 합니다
童心初박찬일 18-01-07 00:42
 
정말 댓 시 땜에 푹 빠지겠네.
킁. 강아지 데리고 노시길래 들어왔다 그냥 푹 빠지고 맙니다.
에구 저런 절창은 언제나 터지노.^^
즐감하였습니다.(__)
이명윤 18-01-07 12:53
 
역시 이미지를 보고 느끼는 사유가 남다르시네요,

문안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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