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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6 03:51
 글쓴이 : 문정완
조회 : 674  






백야白夜


            문정완


오늘 날씨는 구름이 묻어 있는 해프닝

운발이 좋으면 달콤한 모자를 만져볼 수 있고

재수 없으면 돌부리에 차일 수도 있다

한 번도 폐타이어처럼

찢어져 본 적은 없었으니까

새까맣게 칠해질수록 거룩해지기로 하자

대낮은 용의주도하다 쨍쨍한 햇볕 속에서도

나는 그늘 쪽에 몸을 붙이고 살았다

길이 갈라진 사거리에 붙어 있는 현상범 사진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가 갔다

도시락은 지뢰처럼 예민하므로

두부처럼 민감해지는 날은

가만히 있어도 실패한 당신이 걸어 나왔다

길은 늘 내 안쪽에서 문제점을 가졌고

나는 정교해지기 위해 많은 길들을 만들었다

휘청거리는 발목으로 방향을 물어보는 오후

지하철역 맹인의 빈 바구니에서 굵은 눈발이 내린다

세계는 비대하고 바깥은 언제나 결빙의 시대,

실연은 유적이라서

칠을 벗기며 낡아갔지만

그 속엔 오래된 눈사람이 살고 있어서

투명해 지는 것에 대해서는 궁리가 필요했다

꽃집 앞에서 실마리를 찾는 동안

나는 여전히 할증되고 어제의 달력을

넘기면 내가 버린 손톱들이 못처럼 박혀 있다

나는 이 생에

못으로 와 외발로 서 있는 것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11 20:19:18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동피랑 18-01-06 07:00
 
정미소에서 갓 빚은 절편인 줄 아뢰오.
대담무쌍하게, 한치 오차 없이, 잠재적이었다가, 명시적이었다가 이미지를 구부렸다가 폈다가
시적 공간을 우주 종착역까지 넓히셨네요.

외발로 서 있었더니 다리에 못이 박혀 쥐가 내립니다.
인절미는 먹었으니 다음엔 대취할 수 있는 도수 높은 시술 한 상 청합니다.
첫 주말 일곱 빛갈 무지개로 야무지게 채색하소서.
     
문정완 18-01-07 15:21
 
동피랑님 찹초인님 박찬일시인님 이명윤시인닝

푸른 발을 담구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주말저녁 가족과 오붓하게 겨울을 데우시길.
잡초인 18-01-06 08:45
 
문표 시인님의 시는 항상 어두어 지지않는, 늘 새롭다는 제 느낌입니다. 오늘 날씨는 겨울을 먹었지만 좋은 하루가 될것 같습니다. 외발로 서있는 저도 쥐를 잡습니다. 봄같은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童心初박찬일 18-01-07 00:52
 
아주 아주 잘 봤습니다.^^
충분히 취할 만큼.^^
고맙습니다.(__)
이명윤 18-01-07 12:27
 
언어를 자유자재로 갖고 노십니다^^
경쾌한 첫 행
묵직한 마지막 행..
모든 행이 나름의 탄력을 가지고 있네요
많은 그림이 한꺼번에 진한 빛깔로만 있어
약간 눈이 아픈 느낌..
약간 물을 섞어 여백을 주신다면
더 멋진 그림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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