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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20 19:04
 글쓴이 : 그믐밤
조회 : 605  

감정건축



공터를 허물고 간 건축가가 있다

그는 절름거리는 흰 개의 주인이며 혀를 빼물고 헐떡거리는 검정 개의 주인이다


빛과 그림자는 근친인가, 이 관계를 세우는 윤리를

흰 개와 검정 개가 핥고 있다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 라떼와 모카를 마실 때

교감의 안테나를 빙빙 돌리고 있을 때

의외의 침묵이 끼어들 때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초식의 시간이 고개를 들고

코를 벌름거리며 공터를 채우고 있는 긴장의 묘미를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기분이 먹줄을 튕기듯 살짝 들렸다 놓인다


너를 세우는 것은 무엇일까?


바람과 비와 눈을 막고

밤의 짐승들을 막는


조적과 미장, 그 눈빛과 호흡의 파동

조망과 채광, 투시의 각도를 지닌

흘러 다니는 당신이라는 집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바람,

비,

눈,

밤의 짐승


공터를 허물기 위해 당신을 측량하고 있는

흰 개와 검정 개의 흘레가 현란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23 20:43:32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활연 18-01-20 20:57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보강토를 높이 쌓아
그 위에 단단하게 지은 언어의 집.
시어들이 형태를 갖추면 파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빈 곳을 꽉 채운 태풍의 눈 같으나
곧 휘몰아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도 봄 기운이 새녘을 바투 잡아
번지는 것 같습니다. 남은 겨울자락들
아랫목에서 후끈하게 지져주시기를.
그믐밤 18-01-21 08:42
 
활연님, 오랜만이십니다.
사실 이 시는 며칠 전 올리려고 했다가 그날 그만 활연님의 '각연'을
읽고 나서 그날은 왠지 '각연'의 그 깊은 여백 속이나 헤매보자하며
뒤로 미루었던 시입니다.
시를 쓰는 일이란 근원적으로 언어를 다루는 일인데, 인간의 언어현상은
참 특별한 것이어서 그 언어의 자유 마저도 의심스러울 때가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활연님이야말로 세계를 자신 만의 독특한 청동빛 언어로 빚어내어
독자로 하여금 그 세계의 강렬한 이미지 체험 속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늘 건필하시길 빌고 있습니다.
서피랑 18-01-21 14:46
 
언어를 다루는 기법이 신선합니다.. 
기대를 갖게하는 구성도 좋구요....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되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문정완 18-01-21 15:16
 
검정개와 흰개 그 대비 속에 시인이 남겨 놓은 화두가 육중합니다

오랫만입니다 그믐밤님

늘 새로운 세계를 특별한 펜으로 넘보는 시선 굿입니다

또 뵈요 그믐밤님^^
그믐밤 18-01-22 11:10
 
서피랑, 문정완님 늦게나마 다녀가심에 인사드립니다.
한파가 예고되어 있는 한 주인데,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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