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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21 23:34
 글쓴이 : 아무르박
조회 : 440  



무명의 나무


아무르박


나무가 시집을 출간하던 날
침을 바르지 않은 페이지마다 연초록이었다
아침의 새 한 마리 한 페이지를 넘기고
허공으로 날아든 문맥에 발 도장을 찍었다

문맥을 뒤집어도 파릇한 초록의 행간들이
여린 가슴을 쓸어내리던 잎맥들이
그 여름날에 뜬 구름 같다거나
바람 같다는 말은 욕이 아니었다

새가 날아든 아침의 경구가 빈들을 깨웠다
시는 시들하다
노을을 배경으로 와 물들어가는 페이지마다
지상에 놓고 가는 것이 어디 어둠뿐인가

결빙의 해자를 놓고 흘러간 강물과
지상에 머물다간 구름의 상고대
산을 오르던 젖은 안개
별을 헤이던 숲에는 발자국이 없었다

산은 산이라서
고독은 밤보다 무거워서
저 강줄기는 나무가 흘린 눈물
겨울은 그렇게 지나간다
 
폐 간에 읽지 않은 페이지마다
저기 손을 흔드는 젊은 시인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25 10:16:42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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