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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12 20:02
 글쓴이 : 라라리베
조회 : 524  

 

 

신생은 느린 걸음이어야 한다 / 라라리베

  

 

 

늙은 동네, 늙은 골목, 늙은 집

 

속옷도 챙기지 못한 땅은 상처투성이고

녹슨 뼈는 토사물을 게워내기 일쑤다

과부하 걸린 세월의 뿌리가

낯선 바람 속 벼랑 끝에 서 있다

 

해체된 빈터엔 서로의 영역을 기웃거리는

이방의 뒤꿈치만 보인다

가슴을 잃고 떠나간 발자국들은 가끔

맨살이 드러난 늙은 동네를 서성거린다

 

그들도 천년 고택의 향기를 꿈꾸었을 것이다

좁아진 혈관에 윤활유를 붓듯 쓰다듬고 달래며

지키고 싶은 늙음과 싸웠을 것이다

 

기억의 층계가 수혈을 시작한다

잔해가 치워진 폐허에 출렁이는 성급한 젊음

어제와 다른 오늘이 여기선 냄비 끓듯 이어진다

 

오래 견디고 오래 흔들릴수록 커지던

어머니 품처럼,

첫 음을 빨리 이탈하는 흰 눈의 체온보다

비바람에 삭혀진 단단한 윤기가 절실한 시대

 

신생의 무질서한 흙바람 속에 늙은 손수레,

늙은 뼈대를 업고 늙은 고물상으로 간다

 

늙은 개 울음소리가

늙은 주인의 막다른 터전을 헤집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2-19 10:40:17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두무지 18-02-13 13:26
 
인적없는 허물어진 집!
천년 고택의 향기도 정 많던 시절도
사라진 허물어진 빈집이지만, 사연도 많을 듯 합니다.

그래도 수많은 정과 혼이 서렸을 그 터에
자신의 영역을 노심초사 기웃거리는
좁은 이기심도 배제할 수 없군요.
무척 심혈을 기울이신듯 내용이 알차게 느껴 집니다
설 가족과 잘 지내시기를 빕니다.
     
라라리베 18-02-13 17:31
 
오래 견디지 못하고 터전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편한 세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잊혀져 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기도 하지요
잘 산다는 것은 결국 잘 버리고 잘 채우는 일인지도
모르겟습니다

두무지 시인님 멀리까지 잊지않고 찾아주시고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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