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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26 03:15
 글쓴이 : 활연
조회 : 586  

코뿔소의 계절*

   활연





  타자의 묘지에서 흐느낄 때 추방당한 자는 부러진 시간의 부레를 달고 익사자처럼 떠오를 테니까

  세이렌1)의 노랫소리에 난파한 밤이 오고
취한 돌이 날아갔다 캄캄한 낮과 질긴 밤이 혼종昏鐘을 친다

  경계에서 사는 자만이 새로운 땅을 만든다2)
  숨 쉬는 죽은 자,
  어느 쪽으로 넘어져도 철망 아랜 깨진 무릎들이 쌓일 테니까
  소용돌이에선 절지동물의 발이 흘린
  영역의 냄새가 나고

  습속은 윤리를 강요하지만 물속으로 꼬꾸라질 때 동공에 번지는 숨 쉬는 죽은 자의 강령은 난파 아래쪽을 향해 난파하는 거

  타자의 목덜미를 물어 자신에게 수혈하는 자들에겐
  방을 나누어 가져야 안심이 되는

  모닥불 둘레에서만 따뜻한 구복 신앙 같다
  시소를 위한 구부정한 시간이 고문이듯이
  반은 새에게 던져주고
  다시 그 반은 인간의 귓가에 흘린
  노랫소리를

  기억하는 밤이 박쥐처럼 날아간다 낙유에서 한 숟갈 시간을 떠내듯
  울음소리로 발효된,

  타자의 빗돌을 쓸어내리다 증발한
  계절이 있다




  * 이란의 이슬람혁명 당시 반혁명죄로 30년간 투옥되었던 쿠르드족 시인 사데그 카망가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 작.
  1)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새 모양을 한 채 바다 위로 솟은 바위 위에 앉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꾀어 죽게 했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요정.
  2) 사데그 카망가르의 시에서 차용.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3-05 09:40:17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서피랑 18-02-27 08:45
 
시간의 부레를 달고 떠오르는..
철망 아래 깨진 무릎들..
모닥불 둘레에서만 따뜻한..
한 숟갈 시간을 떠내듯 울음소리로 발효된..

숨 막히는 표현들입니다..^^
활연 18-02-27 18:25
 
시가 언어의 집이라면 천편일률도 좋고
기이한 것도 좋겠지만, 그 기이가
폐허이거나 묵정밭이라면 별무신통이겠지요.
어느때 생각 같은데, 저도 진의는 잊었습니다.
표현미학이 시이긴 하지만,
그 드러냄이 눈을 어지럽게 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곤하지요.
환한 봄 맞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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