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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11 12:47
 글쓴이 : 조현
조회 : 349  

꿈꾸는 배

 

천안시 성환 공원묘지에 들어서자 산 아래에 오래된 배 한 척이 정박하고 있었다  바닥이 마른 저 배는 도대체 어떻게 뜨는 것일까?  고인을 배에 옮겨 싣고 모두가 숙연한 마음으로 이별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파 내려간 바닥에서 점차 물줄기가 비치기 시작하였다  적막하던 묘지가 물굽이를 이루며 부풀어 올라왔다  이곳은 강이었을 것이다  사랑보다 이별이 더 성시를 이루어서 노잣돈을 내야 건널 수 있는 이별의 강이었을 것이다  이곳은 모든 세류의 DNA가 묻혀 있는 바다이었을 것이다  흩어져 있는 세류들이 강을 이루어야 올 수 있는 세류들의 종착지인 바다이었을 것이다  이승과 저승은 굳게 봉인되었지만 우리는 가끔 꿈속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날 수 있듯이 지금 저 배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는 꿈속에서 강과 바다의 흐릿한 경계를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미완의 꿈도 성공한 현실도 한낱 폐허에 불과하다  상주인 친구는 공군 조종사이지만 고인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의 강을 건너는 데에는 비행기보다는 좀 더 오래 배웅할 수 있는 배가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곳에 먼저 묻힌 고인들도 모두 저 배를 타고 강을 건넜으리라  상주의 배웅은 더디었지만 우리는 하얀 접시에 담긴 오후의 햇살을 뱃속에 가득 채우고서는  배신한 혁명의 이름을 달고 있는 조화처럼 더욱 싱싱해져 갔다  며칠 후 삼우제를 끝낸 친구 아내로부터 고맙다는 문자가 왔다  꿈속에서 아버지를 태우고 하늘을 훨훨 날고 있을 친구를 대신해서.....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4-14 20:58:24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서피랑 18-04-11 14:18
 
한 척의 배,
그렇군요, 이승을 떠나 저승에 이르는 배,..
무덤, 관의 이미지에서 끌어내셨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정석촌 18-04-11 18:47
 
가는 길은  강나루 지나야겠지요
배도  타야겠지요

누군가의 추억 속에    잠겨야 ...  겠지요
고맙습니다
석촌
조현 18-04-13 16:16
 
성환 공원묘지에 가면
실제 꽤 큰 오래된 배 한척이 있습니다
고인을 위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부러가 아니면 ...
두 분 시인님 정성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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