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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08 19:07
 글쓴이 : 이주원
조회 : 229  

평생을 점 하나로 담아내시는 / 이주원

 언제부턴가 어머니는 등이 구부정한 것이 꼭 물음표를 닮아있었다 아이고 우리 막내아들 왔나? 밥은 뭇나? 배고프제? 못난 자식 반기는 물음표 속에는 밤낮 없는 걱정 긴 세월 동안의 기다림 홀로 남은 적적함 등이 담겨있음이 분명하다 해가 갈수록 어머니는 궁금한 것이 많아지시는 듯하다 댁에 찾아뵐 때도 전화통화를 할 때도 이것저것 안부를 물어보느라 바쁘시다

 아이고 마, 하이고, 만다꼬 이런 걸 사오고 그라노 엄마는 됐다 마, 괘안타, 니 마이 묵그라 싸구려 드링크 상자를 건네받는 팔뚝에는 어느 새 거무스름하게 반점이 번져있었다 한평생 자식들 뒷바라지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살아오느라 고단하신 그 팔을 이제는 편히 숨 좀 돌리게 두라는 쉼표인지도 모르겠다

 이마에는 물결표가 자글자글하다 모두 내가 파놓은 것만 같아 죄스럽다 맨 위의 물결은 몸이 약해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던 4~11살 때 가운데 물결은 삶의 나침반을 잃고 젊음을 낭비하던 18~24살 때 맨 아래 물결은 거듭된 실패로 술독에 빠져 살던 34~37살 때 새겨진 것이리라 그밖에도 잔물결이 여기저기서 찰랑이고 있다 어머니 마음 속 바다는 결코 잠잠할 날이 없다 크고 작은 파도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좁은 방안에는 지금의 어머니보다 열 살은 더 어려보이는 아버지 사진이 걸려있다 온통 하얗고 까만 세상에서 웃고 있는 아버지를 볼 때면 어머니의 눈시울은 붉어진다 요즘 들어 눈물이 더 많아지셨다 어머니의 눈물을 처음으로 본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그녀의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다 똑 떨어진 그것은 일종의 느낌표였다 내는 인자 혼차 남았다! 내 혼차밖에 안 남았다! 현실을 거부하는 자신에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일깨워주는 한 줄기 느낌표였다 우리 앞에서 처음 흘리신 그때 그 눈물은 당신 스스로에게 하는 매질이었다

 반찬이 별로 없어가 미안타 오는 줄 알았으모 니 좋아하는 장조림도 해놨을 낀데…… 어머니는 저녁상을 내오시며 내 눈치를 살피신다 아이니더 엄마 맛만 좋구마는 뭔 소린교 내야말로 엄마인테 용돈 마이 몬 드리가…… 모전자전인지 말끝을 흐리는 것도 닮았다 입 안에서 새하얀 말줄임표들이 알알이 굴러다닌다 반찬이 없어도 전혀 싱겁지 않은데 국이 없어도 전혀 퍽퍽하지 않은데 아무리 씹어도 말줄임표들은 더 잘고 더 많은 말줄임표로 부서지기만 할 뿐 목구멍이 꽉 막힌 듯 도저히 삼켜지지가 않는다

 이제 어머니의 문장부호를 어느 정도는 알 것도 같다 내겐 그저 흰 종이 위 까만 얼룩일 뿐이었던 그 삶이 실은 당신께서 온몸으로 평생토록 쓰신 한 편의 글이란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바람은 야속하게도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긴다 마침표를 찍지 못하시도록 나는 잠든 그 손을 꼭 붙잡고만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5-11 11:51:41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대마황 18-05-09 00:37
 
평생을 점하나로 담아내시는 어머니의 문장부호가 물음표에서 마침표로 내달리네요.
문장부호의 폭이 좁은 단점을 사설시라는 내용으로 만족시키니 부족한 점 신춘문예라도 통과할 듯 합니다.
시인들과 친분을 나누지 않고 지내다보니 이주원이라는 분을 낯설게 받아들이지만 시는 그리 낯설지 않아서 읽기 편합니다.
요즘들어 시마을이 환하게 밝아오니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생기고 죽음에 가깝게 느끼던 저의 생체시간도 조금은 붙들고 싶습니다.
다음에 쓸 시를 고민하는 밤에 시집을 내겠다는 다짐으로 생의 마지막 불꽃을 틔우는 저는 볼만한 시를 독파할 때 마다 기쁜 마음에 보조개가 꽃 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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