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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12 11:29
 글쓴이 : 감디골
조회 : 121  

쪽배에 스민 풀향기에 취하다

 

미명의 창틈으로 바스라지는 옅은 가로등 불빛이

선잠을 깬 눈자위를 간지르며 산란을 한다

 

찬물 한모금에 갈증을 면하듯 깨어난 자아는

두서없이 오래된 책갈피를 펴며 망막을 어지럽힌다

 

문득, 풋풋한 풀향이 콧잔등에 내려앉아

쪽배를 젓는 아버지가 아슴푸레 걸어오신다

마을 건너편 작은섬에 무성히 자란 산풀을 베어

아버지의 쪽배에 가득 싣고 바다를 건너는,

 

산풀 더미에 묻혀 아버지 노젓는 소리만 들리고

어느새 잠이 들다 깨어난 눈엔

하늘과 바다와 섬들이 휙휙 지나가고

아버지와 배를 타고 있는 것도 모른체

지구가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만을 한다

 

쪽배에 가득 실은 풀더미의 짙은 풀향과

히끗히끗 보이는 아버지의 중의 적삼자락이

풀더미 너머에서 갈매기 날 듯 노를 젓고

바람에 실린 풀냄새, 아버지의 짙은 땀냄새가

쪽배가 흔들릴 만큼 가득 실리어 나아간다

 

미명의 새벽은 온통

쪽배에 실린 풀더미와 울 아부지 젖은 살냄새에

눈시울 적신 그리움이 베개에 스미고

고향 바다 쪽배에 아버지가 우뚝 서 계신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5-15 21:40:32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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