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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5 09:23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147  

 

청가뢰 조문

   

정호순

 

 

무장한 병사처럼 청록의 갑옷을 입은 청가뢰 한 마리

비탈진 볕뉘에 배 뒤집고 누워 있다

죽은 체 하고 있는 것일까

날갯죽지와 다리 상한 데 없는데

생의 중심을 이루었던 관절들이

헛디딘 계단처럼 기우뚱 넘어진다


어느 숲에서 바람을 담다가 고단한 잠을 부렸을까


이 숲 어디에선가 생애 첫울음을 열었을 테지

한 나무의 가지에서 잎에서 배움의 열망을 쌓았을 테지

섣부른 욕망과 이루지 못할 꿈도 키웠을 테지

은어처럼 연어처럼 비주류의 개울에서

주류의 폭포를 거슬러 오르려 애도 썼을 테지


산과 바위와 돌멩이와 나무와 풀

구름과 공기와 햇빛

골짜기 숲의 구성원으로

겨울과 여름 가을과 봄

시시각각 변하는 세태의 의무를 다 했을테지


지금은 바람의 장송곡이 레퀴엠의 노을을 연주하고 있는 시간

고뇌는 엉킨 뿌리처럼 망각의 숲에 묻어두고

부디 평안한 잠 청하시기를


무시무종 윤회의 다시 꾸는 꿈이기를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5-28 15:39:26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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