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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9 06:20
 글쓴이 : 공백
조회 : 217  
그날 밤 / 공백

그날 밤 연지 삼거리의 혁은 달이 너무 밝아서 두 눈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밤의 옷자락을 더듬거리며 혁은 보도블록에 떨어진 돌멩이를 발로 차 버렸다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 소설의 도입부 같아 혁은 애써 별들을 훔칠 필요가 없었다 훔치지 않아도 그것들은 까만 안와를 닦으면 소매에 묻어 항상 글썽이고 있었으므로 집으로 돌아온 혁은 줄공책을 펼치고 하얀 방을 거울처럼 비춰보았다 못생긴 당나귀가 자신의 까만 발과 구멍 난 호주머니에 대해 시를 쓰고 있었다 당나귀가 써 내려간 눅눅한 낱말들이 방을 채워나갈 때마다 거울은 녹이 슬었다 한 여름 아스팔트에서 녹아버린 초콜릿으로 향하는 개미들처럼 습기가 방을 좀 먹었다 소매로 훔친 별을 두 눈에 집어넣으며 당나귀의 아픈 입술이 씰룩거렸다 삼거리에서 떨어트린 두 눈이 잠깐 창을 두드리다 휘파람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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