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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31 07:20
 글쓴이 : 공백
조회 : 371  
도시철도에서 / 공백

나는 가고 있습니다 앉은 채로 부전역을 출발한 동해남부선은 일광으로 갑니다 한낮의 더위가 선로를 뜨겁게 데우고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목적지로 갈 때 무리는 눈을 감습니다 딱딱한 공기에 갇혀 몸에 걸친 것들이 표정을 구기고 있습니다 태어난 나라와 길러진 나라가 다른 것들이 서로의 젖꼭지를 바라봅니다 나는 새로 산 유니클로의 에어리즘으로 숨깁니다 얼굴을 머스터드가 낭낭한 품을 들썩이며 웃습니다 일본에서 생산한 14 온즈의 셀비지 진이 무릎을 힘겹게 폅니다 플로럴 원피스가 오이 냄새를 풍깁니다 코를 찡긋거리는 검정 슬랙스들이 출입구에 기대어 있습니다 땀에 젖은 옥스퍼드 셔츠들이 눈치를 봅니다 열차는 겨드랑이처럼 좁고 눅눅한 터널로 향합니다 끈적한 어둠이 곱추처럼 굽혀진 침묵의 등을 주무릅니다 우리라 부르기 어렵게 뭉친 것들, 갈색 눈동자를 하고 있습니다 허리를 펴고 슬그머니 뜬 눈들이 짐승처럼 숨을 쉽니다 분간할 수 없을 때 분간하는 것들을 물어뜯습니다 목적지로 굴러가는 바퀴의 조용한 비명만이 또렷하게 들립니다 터널의 끝에 다다른 열차에서 구분지을 수 없는 배경이 흩어집니다 조각난 빛과 어둠이 섞입니다 깨진 쇼윈도의 발가벗은 마네킹처럼 우리는 정지해 있습니다 이어폰은 차렷 자세를 계속 유지합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6-06 12:06:27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서피랑 18-05-31 13:33
 
분간할 수 없을 때 분간하는 것들을 물어뜯습니다
이어폰은 차렷 자세를 계속 유지합니다.

유쾌한 사유입니다,^^
     
공백 18-06-01 16:30
 
칭찬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시인님, 청소년 방에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저는 시를 더 좋아하게 되었더라죠. 항상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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