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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12 00:01
 글쓴이 : 김해인p
조회 : 80  
가을, 상실에게
                                김해인


잘 익었다
불그스름한 걸 보니
올 한 해도 어느덧 노릇노릇하다

레시피도 없는 요리 경력, 십여 년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냉장고에 재워둔 걸 꺼낸 후
약불로 몇 개월
그다음 센 불에서 잔뜩 달군 후
다시 약불로, 

얼마나?

마지막 불 조절은 
늘 당신의 몫이었다
다 한 요리에
손을 데이는 것만큼 아픈 일이 없다고 했다

이 상태로 두다가는
불을 내릴 타이밍을 놓친다
눈 밑 소금기를 덜어낼 수 없었던 그날,
화장터를 온종일 휘돌았던
불냄새가 다시 한번, 맵싸하다

새카맣게 타버린 세상은
결국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버석하게 바스러질 테다
잿더미는 그 어느 날 분신한 당신의 시간 위로 어우러져
함께 씁쓸한 맛이 날 것이다
온몸으로 떨어져 터져버린
차가운 빗방울로 세상이 식어갈 때 즈음
소금도 없이 한 숟갈 크게 떠 넣어
날것 그대로를 맛보려 한다

혀끝부터 텁텁하게 퍼져
목구멍을 건조하게 조이고 당길
이 한 철의 쓸쓸한 요리
새빨갛게 잔인한 
상실의 맛을 느낀 
그 순간,
더는,
이 계절을 맛있게 요리할 수 없음에,
수저를 놓을 것이다



김해인p 17-10-12 22:38
 
17-10-12 22:35 수정  //  17-10-13 23:46 2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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