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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3 06:11
 글쓴이 : 무의(無疑)
조회 : 435  

구절초 詩篇  - 박기섭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 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물러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두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지 못해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놓고

구절초 구절초 같은 차 한 잔을 올립니다


(2000)


.......... //


가을 삽화 - 민병도

 

 

달빛을 흔들고 섰는 한 나무를 그렸습니다
그리움에 데인 상처 한 잎 한 잎 뜯어내며
눈부신 고요속으로 길을 찾아 떠나는...

 

제 가슴 회초리 치는 한 강물을 그렸습니다
흰구름의 말 한마디를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해
울음을 삼키며 떠나는 뒷모습이 시립니다

 

눈감아야 볼 수 있는 한 사람을 그렸습니다
닦아도 닦아내어도 닳지 않는 푸른 별처럼
날마다 갈대를 꺾어 내 허물을 덜어주는 이.

 

기러기 울음소리 떨다 가는 붓끝 따라
빗나간 예언처럼 가을은 또 절며 와서
未完의 슬픈 수묵화, 여백만을 남깁니다.


(2001)


.......... //


원에 관하여.5 - 이정환

 

 
1.호미


몸을 낮추어야
속살 파헤쳐지는 것을

저렇듯 긴 이랑 땀방울로 적시기까지

쪼그려
앉은 그대로
뻗어 나가야 하는 것을


2.삽


얼어붙은 땅을 파 본 사람이면 안다

삽자루가 가슴팍에
들이치듯 부딪칠 적마다

삽날에
불꽃이 튀듯
마음에 솟는 화염을


3.괭이


힘껏 내리찍는 옹골찬 어깨에 실려

청석(靑石)에 부딪쳐 푸른 불꽃 터뜨리는
언 땅에 봄빛 흩으며
실한 씨 흩뿌리는


4.쟁기


속살 드러내며 젖은 흙 뒤집힐 때
가슴 골을 깊숙이 파 들어갈 일이다

몸 속의
피의 길도 이 봄
거꾸로 흐르고 흐를


5.낫


풀의 목을 칠까
이슬 베어 가를까

썩은 손마디며
생가지 내리칠까

휘굽어
벼린 저 칼날
잠들지를 못한다


(2002)


......... //


장엄한 꽃밭 - 정수자

 


1
오체투지 아니면 무릎이 해지도록
한 마리 벌레로 신을 향해 가는 길
버리는 허울만큼씩 허공에 꽃을 핀다

그 뒤를 오래 걸어 무화된 바람의 발
雲山을 넘는 건 사라지는 것 뿐이지
경계가 아득할수록 노을 꽃 장엄하다


2
저물 무렵 저자에도 장엄한 꽃이 핀다
집을 향해 포복하는 차들의 긴 행렬
저저이 강을 타넘는 누 떼인 양 뜨겁다

저리 힘껏 닫다 보면 경계가 꽃이건만
오래 두고 걸어도 못 닿은 집 있어
또 하루 늪을 건넌다, 순례듯 踏靑이듯

 

 (2003)


.......... //


가을 적벽 - 이한성


살은 다 내어주고 뼈로 층층 단을 쌓고
하늘의 구름집 하나 머리에 이고 산다
거꾸로 나르는 새떼 회귀하는 빈 하늘

산처럼 우뚝 서서 오금박은 푸른 절벽
물에 비친 제 모습에 움찔 놀라 물러서는
외발 든 적송 한 그루 발바닥이 가렵다

암벽을 기어오른 어린 단풍 붉은 손이
물 속의 고기떼를 산으로 몰고 있다
흰 계곡 점박이 돌이 비늘 돋쳐 놀고 있는

멈춰 선 강물일수록 출렁이면 멍이 든다
햇살의 잔뼈들이 가시처럼 꽂힌 물밑
명경(明鏡)속 바라 본 하늘 물소리로 가득하다


(2004)


......... //


바람 불어 그리운 날 - 홍성란 



따끈한 찻잔 감싸 쥐고 지금은 비가 와서
부르르 온기에 떨며 그대 여기 없으니
백매화 저 꽃잎 지듯 바람 불고 날이 차다


(2005)


.......... //


점묘하듯, 상감하듯 - 애벌레  / 김연동

 

 

개망초 흔들리는
성근 풀밭에 누워
비색(翡色)의 하늘위에
점묘하듯 상감(象嵌)하듯,
진초록
내 작은 꿈을
가을볕에
널고 있다


탱자나무 울타리에
허물 한 짐 벗어놓고
나방으로 날고 싶어
잔잎마저 갉아먹는,
그 속내
죄다 비치는
퉁퉁 부은
애벌레


(2006)


......... //


복사꽃 그늘  - 이승은

 

 

골쩍에 접어들수록 마음처럼 붉어진 길

눈물도 그렁그렁 꽃잎 따라 필 것 같다

 

고샅길 홀로된 집 한 채

숨어 우는 너도 한 채

 

복사꽃 그늘에서 삼키느니,밭은 기침

선홍의 내 아가미 반짝이며 떠돌다가

 

끝내는 참지 못하고

가지마다 뱉어 낸 꽃

 

우리 한 때 들끓었던 것

참말로 다 참말이던 것

 

날카롭게 모가 서는 언약의 유리조각에

매마른 혀를 다친다, 오래고 먼 맹세의 봄


(2007)


..........//


완도를 가다 - 박현덕

 


  주루룩 면발처럼 작달비가 내린다 바람은 날을 세워 빗줄기를 자르고 지하방, 몸을 일으켜 물빛 냄새 맡는다

  첫차 타고 눈 감으니 섬들이 꿈틀댄다 잠 덜 깬 바다 속으로 물김 되어 가라앉아 저 너른 새벽 어장에 먹물 풀어 편지 쓴다

  사철 내내 요란한 엔진소리 끌고간 아버지의 낡은 배는 걸쭉한 노래 뽑았다 그 절창 섬을 휘감아 해를 집어 올린다


(2008)


.......... //


연필을 깎다 - 오종문


 

뚝! 하고 부러지는 것 어찌 너 하나뿐이리 
살다보면 부러질 일 한두 번이 아닌 것을 
그 뭣도 힘으로 맞서면 
부러져 무릎 꿇는다

 
누군가는 무딘 맘 잘 벼려 결대로 깎아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불멸의 시를 쓰고 
누구는 칼에 베인 채 
큰 적의를 품는다

 
연필심이 다 닳도록 길 위에 쓴 낱말들 

자간에 삶의 쉼표 문장 부호 찍어놓고 
장자의 내편을 읽는다 
내 안을 살피라는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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