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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15 01:06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216  

호프집에 날마다 오는 언니가 있다.

나이가 67이라고 했다.

늘 술에 취해서 오고,

말을 할 때 소처럼 혓바닥을 내밀어 입술 주변을 핥는 버릇이 있다.

늘 안주를 시키지 않고 서비스로 나오는

치즈 조각을 남긴다.

그리고 나에게 술을 한 잔 하라고 한다.

나는 한 잔 마신다. 그리고 두 잔도 세 잔도 마신다.

그것이 고맙고  미안해서 오늘 내가 모듬 소세지와 맥주 두병을 샀다.

엊그제 그녀에게 손님에게서 받은 돈을 만원 택시비 하라고 주었는데

그것이 인상에 남았던지 계속 그 이야기를 한다.

나는 지나간 일을 기억할 머리가 못된다고 말했다.

행복하다. 내일은 오전반이 쉬기 때문이다.

술도 기분 좋게 되었다.

집에 오는 길에 멘델스 존 바이올린 협주곡 64번을 들었다.

내 자전거가 레일 위를 돌아가는 기차나 회전 초밥처럼 바이올린 선율 위로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밤 공기는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차가웠을 것이다. 벚꽃은 아름다운 여배우가 손 키스를 날려보내듯 지고,

오르막을 달려야 하는 샛강 다리 아래로 바람에 풀어진 가로등 불빛이

강물에 불어터지고 있었다. 외로웠다. 아니 외롭다. 천명의 엄마가 내 곁에 있고

만명의 아빠가 내 곁에 있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외로움이, 내일 쉬니까

취하도록 마셔도 되는 날에 한꺼번에 밀어 닥쳤다. 사라 장은 내가 우리 집 앞

물류 창고 앞 개집에 사는 진순이에게 오징어 대가리를 던져 줄때까지 연주를

계속 하고 있었따. 타우린이 고양이 눈에 좋다고 해서 눈의 언저리 피부가 눈을

반쯤 덮어가는 난이에게 주려고 손님들이 남긴 피데기를 비닐 봉지에 싸온 것이다.

진순이는 내가 손님들이 껍질만 까고 먹지 않은 달걀을 던져주면 한 입에 받아 먹는다.

더 주고 싶었지만 난이에게 약이 될까봐 그냥 집으로 갔다. 고양이들은 내 발소리를 안다.

고양이 일가족이 우루루 나를 마중 나왔다. 그런데 나는 난이만 부른다. 새끼 고양이들이

난이에게 준 음식을 뺏어 먹지 못하도록 지킨다. 오징어와 계란 노른자와 멸치를 주었지만

난이는 코가 막혀서인지 먹이를 삼키지를 못했다. 진주 시청에 전화를 해서 상담을 했지만

고양이를 치료 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나는 나쁜 년이다. 얼마가 들던 고양이를 데리고 가면

될텐데 남편 핑계를 대며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지 못한다. 사실은 그 지경까지 이른 고양이

치료비가 겁이 나는 것이다. 어제는 난이가 먹이를 먹다 숨이 막혀 먹었던 음식을 토하고,

죽을 먹듯 그것을 핥아 먹었다. 나는 퇴근할 때마다 난이를 보는 일이 너무 고통스럽다.

죽고 싶다.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인 것 같다. 그 고통을 그냥, 날마다 지켜 볼 수 있다니

난이가 계란 노른자라도 하나 다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사라쟝은 나의 찢어지는 마음의 파면을

연주해 주었다.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16세의 사라쟝이 눈이 아파서 한쪽 눈이 튀어 나오고

눈 언저리의 막이 커튼을 쳐버린 우리집 마당의 난이의 켁켁대면서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고통을

계속, 계속 연주하는 것이다. 난 남편이 증오스러웠다. 이렇게 소원인데, 한번만 한번만 데리고

가보자고 소원인데, 아니다. 사실은 그는 늘 핑계다. 내가 나쁘다. 돈이 아깝고 무서운 것이다.

나는 잔인하고 돈 밖에 모르는 속물이다.


셀레김정선 18-04-16 00:19
 
기분좋게 술에 취해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면서 퇴근하는
공덕수시인님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또한 난이를 바라보는 시인님의 안타까운 표정도 그려봅니다
그 놈의 돈이 뭔지 시인님의 마음에서 죄책감을 일으키는군요
난이가 많이 아픈것 같으면 남편분과 다시한번 잘 상의하셔서 치료를 해주는것도 좋은 방법일것 같은데
일단 남편분을 잘 이해시켜야 할것 같네요
저도 반려견을 두마리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오늘은 난이의 힘들어하는 모습에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요즘엔 두 직장을 좋은 맘으로 잘 다니시는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며 내일도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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