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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01 08:47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123  

시가 사라졌다.

홀가분하고 무슨 느낌을 가질 시간도 없다.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들락거렸고

나는 오전반과 오후반을 들락거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들이 통일의 꿈에 취해 있을 때

나는 오전반과 오후반을 한 식당으로 통일 시키는 일을 염두에 두었다.

무슨 설렁탕 집인가 하는데 230만원을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 같은, 오전반과 오후반 사이의 막간의 자유를

선택하고 만다.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오전반에서 오후반으로

이동하는 사이, 나날이 따가워져 가는 햇살과, 이제는 땅에 밀착한

민들레의 시간이 갓털에 감싸여 낮술에 취한듯 몽환적으로 부서져가는

모습과,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벚꽃 아래로, 버짐 떼어낸 자리의 새살처럼

차오른 녹음을 삼십만원의 돈과 바꿀수가 없어, 나는 문재인 같고,

김정은 같은 두 통치자의 시집을 계속 살기로 한 것이다.

자전거도 잃어버리고, 돋보기 안경도 잃어버리고, 오전반, 오후반

막간에 하기로 한 독서는 자꾸 미뤄진다. 독서가 별건가?

세계를 읽고 나를 읽으면 독서인거지, 하면서 자위하지만, 뭐든 읽으려고

벼르고 눈에 힘을 주면, 졸음이 오고, 결국 잠든 내가 읽는 것은

오늘의 운세 같은 짧은 꿈이다. 나는 무슨 생각을 꾸준히 실천에 옮기는

끈기가 없다. 하라는 공부는 않고, 교과서 밑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깔고 읽던 고등학교때부터 그날 그날 꾼 꿈을 일기로 적는 것에 관해

생각했고, 며칠인가는 적기도 했는데 그길로 내 나날의 꿈은 모두 패스

되었다. 소위 꿈자리라는 것이 나는 잘도 맞아서 꿈을 꾸기가 무서웠었다.

꿈은 시와 같은 것이였다. 내일 일어날, 혹은 지금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똥이나, 돼지나, 무슨 생명체나 사물들로 상징했고, 비유하며

은유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영안실에 내 영정이 놓여져 있었는데

내 영정 사진은 흑백이 아니였고, 만면에 홍조를 띄고 웃고 있었다.

그 날 교통 사고가 나서 타고 있던 차는 휴지가 되었고, 친구는 코피를 흘렸고,

나는 멀쩡했다. 내 꿈속의 영정이 흑백이였으면 그날 나는 죽었다.

그런데 지금은 탁류에 그림자가 없듯, 꿈들이 흐릿하고, 꿈을 기억하는 일조차

힘들다.

 

눈사람 친구를 만나서, 내 하루의 비무장 지대에서 만나, 막걸리를 마셨다.

오후반 일을 가야했기 때문에 한 잔 마실 때마다 시계를 보며 마셨다.

무슨 말이든지 잘 들어주는 그녀에게 이런 저런 하소연과 넉두리를 하다

외롭다고 말했다. 외로워서 죽을것 같다고 말했다. 엄살이기도 했고

사실이기도 했다. 티브이에 태국 관광에 관한 프로가 나오는대 태국 사람들이

몸에 하트나 색색의 낙서를 한 코끼리를 타고 다녔다. 나는 왜 화가 치밀었을까?

"미개인 새끼들! 자동차도 천지삐깔인데 저 말못하는 짐승을 왜 저리 괴롭히노?"

그런데 오후반 언니가 버럭 역정을 내며 말했다.

"진짜 니 스트레스 받게 만든다. 그건 그 나라의 관광 상품인데

니 생각하는거 진짜 이상하다."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 것 같다. 이제는 그녀에게도 누구에게도 내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돈이란 모든 문제의 중심이며 정답이기 때문이다.

아무 죄도 없는 어린 코끼리가 사람들의 구경꺼리가 되기위해 채찍을 맞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규칙들을 본능에 새겨 넣느라, 동그란 수박이

네모 수박이 되는 스트레스를 받건 말건, 돈, 돈, 돈, 인간, 사람,만 생각해야 한다.

정말 코끼리가 채찍을 맞는 것을 상상하면 사장언니는 아프지 않을걸까?

 

고양이 난이는 증상이 나아지지도 나빠지도 않는다. 씹어 넘기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일을 마치고 가져온 닭다리나 생선포들을 씹어서 뱉아준다. 연일 어둠이 화창해서

달이 밝고, 달의 눈물 방울 같은 개밥바라기 별도 내 손등에 툭 떨어질듯이 반짝인다.

난 내가 씹어 뱉아놓은 음식들을 난이가 다 먹을 때까지 한참을 앉아서 기다린다.

그렇지 않으면 한참 생명력이 왕성해진 새끼 고양이들이 다 뺏아 먹기 때문이다.

어제는 칠면조 뼈를 가져 와서 노랑이에게 던져 주었다. 오후반 주방에 쥐가 있어

고양이중 한마리를 데리고 가겠노라 약속했는데, 비교적 손을 타서 순순히 잡혀주는

별이를 데려가려고 잡았는데, 배가 부르고, 젖꼭지가 딱딱하니 만져지는 것이였다.

아무래도 녀석이 임신을 한 것 같다. 자꾸 번식을 하면 안되는데, 어쨌거나 생을 향한

신의 축복이 녀석에게 내린 것 같다. 녀석이 낯선 곳에 가서 털에 윤기가 자르르 도는

날쌘 쥐새끼와 사투를 벌이면 무리가 갈 것 같아 다시 마당에 내려주고, 눈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 녀석을 잡으려고 마당을 쫓아다니다 지각을 하고 말았다. 3분이 늦었는데

오후반 언니는 특유의 심술끼를 담아서 집에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었다. 난 대답하지 않고

딸기 대야에 소주를 풀어 탁자들을 닦으러 갔다. 정말 녀석이 임신을 한 것일까?

지금도 먹을 것이 없다고 남편은 볼멘 소리를 하는데 또 서너마리 식구가 더 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걱정도 눈도 뜨지 않은 예쁜 아기 고양이들이 서로 겹쳐 누워 꼬물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다 사라져 버렸다. 만약 녀석이 정말 임신했다면 그것은 노랑이의 아기일 것

같다. 어느날, 나선 문밖에 봄이 와서 우체통에 꽂힌 모든 근심 걱정들이 쓰레기처럼 보이듯

아! 별이의 아기들을 생각하니, 인생은 그저 봄날의 따뜻한, 어린 생명의 체취가 풍기는

꼬물거림처럼 느껴질 뿐이다. 왜 이 모든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인지? 이 모든 일들을

나누고 싶다. 그러지 못해서 뼈가 저리도록 외롭다. 마당의 길고양이가 임신을 한 것에 관해

혀를 끌끌 차며, 병원에 끌고 가서 불임 시술을 해야한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고 싶고

말하고 싶다. 이제 문명이 발달해서 훨씬 편한 교통편이 있고, 구경꺼리가 많은데 코끼리를

지구에 얼마 남지도 않은 친구들을 채찍으로 때리고 사람들이 던져주는 거지 같은 음식에

코를 휘두르게 만드는 것은 굴욕적이 나쁘다고 함께 흥분해주는 친구가 없어 나는 외롭다.

무엇도, 누구도,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에 대해 즐거움을 얻거나 박수를 치지 말아야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생명체를 먹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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