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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01 09:26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105  

오전반 우산 꽂이로 쓰는 빨간 휴지통을 주방 쓰레기통으로 밀어넣고,

이제는 쓰레기 받이와 빗자루를 꽂아 둔 철재 우산 꽂이를, 우산 꽂이로 쓰기 위해

쓰다가 남은 젯소와 붓을 들고 출근 했다. 마침 손님이 없고, 햇볓이 좋아

가게 밖으로 녹슨 우산 꽂이와 젯소와 불을 들고 나갔다. 목욕탕 의자를 깔고 앉아

쇠수세미로 대충 녹을 문질러 낸 우산 꽂이에 흰 칠을 했다. 녹슨 장미꽃의 잔뜩

시든 꽃잎을 한 장 한 장 열고, 꽃잎 사이 사이로 새하얀 칠을 밀어 넣었다. 지질이

궁상인 도시 빈민가 뒷골목에 흰 눈이 내린날, 목줄 풀린 강아지 꼬리처럼 내 붓은

신이 났다. 얘가 뭘하는가하고 나와 본 사장 언니가 "남아! 닌 진짜 못하는게 없노"

하며 사실은 잘하는게 없는 나를 칭찬해주는 것이 기분 좋아서 나는 까르르 웃었다.

사실은 그냥 칠만 하는 되는 것인데 내가 무슨 재주라도 있는 사람처럼 말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참 쉽게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버린다.

리폼이란 참 싯적인 작업이다.

내가 다시 부여한 색채와 의미로 어떤 대상을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여러가지 리폼 사례들이 있는데

다들 손재주도 좋고 아이디어도 좋다.

아직 너는 참 필요한 물건이다라며

녹슬고 망가진 사물을 그 찌그러진 의미들이 다 복원 될 때까지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다.

이사를 다니거나 구석에 쳐 박혀 있느라 폭삭 시들어버린

쇠 꽃 잎을 다시 피게 하고,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이

하얀 정장을 입은듯 서 있는 우산 꽂이를 "어! 이게 누구야?"

하며 주목 해줄, 비오는 날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다.

우산 꽂이의 바닥이 되는 부분은 탈착이 가능했는데

그것을 떼어 쇠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는데 문득, 내 눈속에 갇혀

있던 눈물 방울이 제 슬픔을 소독 하려는듯, 봄 볕 속으로

스물스물 기어 나왔다.

무슨 죄가 있다면, 누군가 나도 이렇게 쇠수세미로 문질러서

녹덩이들을 밀어내고 새 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녹슬고 찌그러지고 더럽다고 버리지 말고

아직 흰칠을 하면 흰색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또한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원래 청동빛 이였던 것이 새로 칠해서 외려  흰 색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리폼하면 되는 것이다.

술을 끊자.

자전거도 사고, 돋보기 안경도 사고, 다시 책을 읽고

시를 쓰자.

죽기 싫어하는 것들을 먹지 말고

잠을 적게 자고

운동을 하고

살을 빼고,

말을 적게 하자.

굳이 흰칠이 아니라도

몸에 굳어서 덩어리진

녹이나 오물이라도 밀어내자.

앉을 때는 등허리를 펴고

자세를 반듯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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