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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11 09:28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120  

눈사람 친구는 나를 떠나려는 것 같다.

전화를 잘 받지 않고,

전화를 아예 하지 않는다.

내가 대포통장을 해주지 않은 것이 많이 서운한 모양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떠나는 이들이 많으니

별다른 느낌도 없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어도 곁에 있을 사람은 있다.

연연을 잃어가는 것이 살면서 얻어가는 큰 것 같다.

잎을 떨군 겨울 나무처럼 간결해지고 꿋꿋해져 갈 뿐이다.

 

칠십만원 짜리 적금을 넣었다.

이년 만기라 했다.

무리인 줄 알지만, 머리 모양을 반듯하게 하기 위해서

고무줄을 세번 네번 동여 매는 것처럼 내 삶에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눈사람이나, 누구나, 곁가지들을 다 쳐내고

시와 돈만 남겨두는 것이다.

돈을 왜 벌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일을 최고의 잘하는 일로

실속 있고, 성실하고 마음 잡고, 정신 차린 일로 여기니까

그래 보자는 것이다.

죽고 나서 아이들에게 좀 도움이 될 것이고,

내가 살아서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시와 아이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집은 내지 않기로 했다.

그 시인님이 시집을 내자고 해서 그러마고 했는데

시를 보내고 한 달이 지나도 말이 없어서 물어보았더니

대답이 애매하다. 그래서 그냥 없었던 일로 하자고

문자를 보냈다. 퇴고를 더 해야 하지만 그럴 시간도 없고

굳이 뭔가 불편한 상황에서 시집을 내야 할 이유도 없다.

시는 쓰는 것이다. 가을이 지나면 고추나 토마토를 묶어

두었던 막대기들은 버리는 것이다. 나를 세우고,

내가 햇빛을 향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니, 감사한 것이다.

내 시집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그랬다.

나를 악마나 꽃뱀이나 사깃꾼처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러면 그렇지 그러겠다.

 

악마라...오랫만에 떠올려본다.

대포통장 부탁 받고 그것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그 친구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병신 같은 악마가

봄이라고 녹아서 어디론가 흘러가는 친구를 보낸다.

믿어주지 못한 죄로 아프긴 아프다.

미안하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거 잘 할 생각 없다.

뜻이 통하려고 문장이 있는 것이지 소소한 규칙들을

지키기 위해 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예 부호나 기호가

다른 외국어도 읽는데, 우리 나라말이 표준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무엇인가? 퇴고 같은거

하기 싫고 할 줄도 모른다. 그래서 문제라면 내 시는

내가 읽을 것이다.

 

오늘도 도서관에 가야겠다.

밥집과 술집 사이, 나의 비무장지대로, 희귀 조류들처럼 내게로 내 영혼이 날아오고, 서식하는

그곳으로 가야겠다.

잘가라, 눈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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