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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08 23:09
 글쓴이 : 鵲巢
조회 : 34  

鵲巢日記 180608

 

 

     대체로 맑은 날씨였다.

     국가나 기업이 쓰러지기 전에는 먼저 징조가 드러난다. 사람이 먼저 떠난다. 카페 조감도도 이제 운이 다 한 것 같다. 직원 은 오늘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전에 여러 일이 있었다. 조감도 오르는 길목 공사가 있었고 이 일로 매출 저하가 분명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했다.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것도 올바르게 이끄는 것도 힘이 들었다. 결국, 내 의사대로 되지는 않았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 한 사실로 드러났다. 참 뭐라 적기에도 힘든 상황이다. 일을 더 하도록 권했지만, 더는 붙잡기도 힘들 것 같다.

     나는 내가 쓰러지지 않겠다고 마지막 보류를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 주변도 없는 내가 무슨 강의를 하겠다고 프로그램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간 문 닫는 여러 업체에 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어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직원 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또 많은 죄를 지은 것 같다. 말은 혀 속에 있을 때 내가 주인이지 뱉고 나면 나의 주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참 힘든 일이다.

     공자께서는 지자불혹知者不惑하고 인자불우仁者不憂하고 용자불구勇者不懼라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지혜롭지 못하고 그렇다고 인자한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예전만치 미련할 만큼 용감하지도 못하다. 세월을 당할 순 없는 여타 미구나 다름없다. 세치 혀로 무슨 강의를 한단 말인가! 답답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진다.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오늘 새벽에 길 나섰다. 어머님 병원에 모시고 가는 날이다. 당뇨 합병으로 눈이 좋지가 않다. 대구 제일안* 병원 담당 의사는 여러 검진한 결과 전보다는 많이 좋아지셨다고 말씀하신다. 천만다행한 일이다. 의사 선생께서 처방한 약을 챙겼다. 어머니는 대구까지 왔으니 동생 얼굴을 보고 싶어 하셨다. 동생 사정을 살핀 후, 동생 가게에 갔다. 어머니는 지난 밤새 챙긴 김치를 동생에게 건넸다. 동생과 함께 북구 어느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나는 말을 아꼈다.

     어머님과 함께 대구 달성군 옥포면에 다녀왔다. 어머님 고향이자 나의 외갓집이다. 나는 외갓집에 근 40년 만에 온 셈이다. 기와집으로 당시, 동네에서는 두 번째로 잘 사는 집이었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그 기와가 다 헐었다. 마당은 들국화가 사람 반 길쯤 피어올랐고 방문은 칸칸이 열어젖혀 있으며 녹슨 대문만 굳게 닫혀 있었다. 어릴 때는 이 집이 대궐 같은 집이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240평 매물이라는 팻말이 녹슨 대문 앞에 서서 오가는 사람을 대면한다. 대문 앞에 작은 텃밭은 누가 농사를 짓는지 상추와 오이와 고추가 오종종 잘 자라 있었다.

     외할아버지도 외할머니도 언제 돌아가셨는지 나는 모른다. 그만큼 어머니는 외갓집과 거리를 두었다. 아니, 어머니는 자식들에게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 철저한 유교적 집안이라 어머니 또한 집안에 섭섭한 것도 많았을 것이다.

     외갓집에서 동쪽으로 오르면 용연사 절이 나온다. 용연사 절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절간 앞까지 드라이브했다. 그리고 여기서 기세 못과 송해 공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이곳 공원과 못 둘레를 둘러보았다. 못가에 어느 식당은 문 닫은 집도 있고 어느 집은 새로 짓는 집도 있었다. 새로 짓는 집이 대구에서는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라 또 놀랐다. 어제 안 사장께서 얘기하신 H업체였는데 대구 어딘지는 모르겠다만, 몇 백 평 되는 카페가 개업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도 웅장하게 짓는 모습 보고 있으니 말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사업의 정체를 이루는 사업장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나 기회를 만들어가는 사업장을 보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보기에는 여기 기세 못 주변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산과 못과 송해의 아이콘 같은 팻말만 보인다.

     어머님을 다시 칠곡 북삼에 모셔다드리고 나는 곧장 경산에 넘어왔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밀양에서 주문받은 커피를 택배 보냈다. 대구 곽 병원에서 주문받은 커피를 배송했다. 퇴근시간에 맞물려 꽤 오랫동안 운전을 했다. 오늘 종일 운전만 했다. 남들은 운전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는 운전이 그렇게 싫다. 그래서 나는 어디든 멀리 여행하는 것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이것저것 너무 힘든 날이다. 어디서 위반했는지 교통딱지까지 문자로 받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머리를 그만 쥐 뜯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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