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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4 01:11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101  

요즘 가장 나의 열정을 흡입하는 것은 고양이다.

낳은지 일주일 쯤 된 것 같은 새끼 고양이들이 눈을 떴다.

까만 녀석 둘은 완전히 떴고, 우리 집 마당의 노랑이 새끼인듯한

노란 놈은 한쪽 눈만 반을 떴다. 나는 자다가도 일어나 새벽이나

낮이나 고 놈들이 보고 싶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오늘은 넣은지 석달 된 적금을 해지 했다.

석달 동안 육십만원을 넣었다.

육십 만원 넣느라 죽어라고 일했다.

오전반 사장은 나를 직원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종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

오후반 사장은 화가 나면 나를 미친년이라고 부른다.

오전반 사장은 가만히 앉아서 덥다고 선풍기를 켜달라고 하고

달이 바꼈다고 달력을 떼 달라고 하고, 자신은 선 자리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내게 이 것을 달라 저것을 달라한다.

오후반 사장은 자기 애인이 오면 멸치똥 까고 있는 나를 부른다.

맥주 한 잔 하라고도 하고, 한치를 좀 먹어라고도 하고, 좀 쉬라고도 한다.

오후반 사장이 부르지 않으면 그녀의 애인이 부른다.

내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하기도 하고, 술맛이 않난다고도 한다.

나는 손님이 미어터지는 날이 좋다.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고도 그들의 요구를 묵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술은 똥술이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술이다.

내가 팁 같은 것은 주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건

나는 술집 접대부가 아니라는 뜻이였다.

그러나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불러서 술 잔뜩 마셨는데 정말

주지 않으면 비참해진다. 그러나 나는 부글부글 끓는 비참을 그냥 삼킨다.

나는 술집 접대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장이 멸치똥을 까고 있는 나를 불렀다.

내가 마시던 술잔을 들고 이 잔을 다 마시라고 했다.

나는 금방 떼어난 멸치 대가리와 멸치 몸뚱아리를 분리 시키고

마지 못해 갔다.

사장 애인이 이상한 그림을 그려 놓고 설명을 했다.

자신이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쳐서 미결수로 교도소에 갔을 때

칫솔로 구슬을 만들어 성기 속에 넣던 것을 설명 했다.

토할 것 같았다. 아니 토가 나왔다. 그런데 언니는 자신은 그런

이야기 따윈 듣지 않는 고귀한 사람이라는 듯이 카운터로 가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칫솔의 용도가 그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내가 아침에 대충 양치질을 했던 칫솔이 새롭게 보일 것 같았다.

신발을 씻은 적도 있고, 화장실 바닥의 타이루 사이의 금을 문지른 적도

있지만, 그것으로 구슬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나는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녀가 나의 귀는 그런 이야기에 적합한 귀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언짢았다. 어제는 마치고 와서 고양이들에게 쇼팽의 야상곡을 들려 주었다.

몇 번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다가 바하와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바이올린으로

들려 주었다. 어린 고양이들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곳이라고

느꼈으면 했다. 다소 슬프게 들리기도 하지만 세상은 슬픔도 아름다눈 장소라고

느꼈으면 했다.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와서 안주도 없이 마시면서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들려주었다. 내 귀도 사실은 칫솔의 다양한 용도를 듣는 것보다

지구가 내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는

소리를 듣는 사람처럼 깔깔깔 웃어주었다. 그가 하는 어떤 삼류 코미디에도 그렇게 반응해

주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거나 기쁘게 하는 것을 나는 예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왜 자신이 듣기 민망한 소리를 나는 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사실은 커피를 마시며 우아한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그래,  남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 아닌가?

당신은 여왕이나 공주가 되세요.  나는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고, 당신을 빛내는 얼간이 칠푼이가

될께요. 이렇게 번 돈 육십만원이 한번도 본 적 없는 보험회사 사장에게로 아무 댓가 없이 갔다.

아이의 자동차 대출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사채업자처럼 아들에게

빚 독촉을 하는 일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죽어서 주고 싶은 돈을 포기 하고 살아서 작은 것이라도 주기로 했다.

우선 두 녀석이 번번히 실효 시킨 실손 보험을 들어 주었다.

다이렉트 보험이라 오만원만 하면 둘 다 넣어도 떡을 쳤다.

 

괜찮다 육십만원 쯤은

마당에 고양이 새끼가 세마리나 태어나지 않았는가?

이제 막 뜬 눈이 만화에 나오는 눈 같다.

눈이 창문처럼 생겼고,  새해 첫날 보는 일출처럼 커다랗다.

나는 녀석들이 세상에서 맨 처음 보는 풍경이

녀석들이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고 반쯤 얼이 빠진 내 얼굴이였으면 좋겠다.

오리들이 맨 처음 본 로렌쯔 박사의 학생들처럼

녀석들이 나를 잘 따랐으면 좋겠고,

녀석들에게 홀딱 반한 내 얼굴을 보며 온 세상이

이런 표정으로 자신들을 반기고 있다는 사실을 녀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 늘 결심한다. 사장 애인이 오거나 누가 오거나

술 한 잔 하라는 말에 눈도 깜짝하지 않는 내가 될 것을

그러나 늘 결심(缺심)이 되고 만다.

그가, 혹은 그들이 마음이 상할 것 같아

유유히 혹은 의연히 멸치똥을 까고 있지 못하게 된다.

사장은 내가 술을 좋아해서라고 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그 술을 싫어하는 이유를 잘 알 것이다.

그 술은 똥맛이 난다는 것을

 

다시 결심한다.

 

육십만원을 벌려면 그 결심과 缺心 사이를 얼마나 오가며

다양한 칫솔의 용도 같은, 귓속의 달팽이가 불편해 하는

말들을 견뎌야 하는지, 이십만원 짜리 보험을 넣었다고

미치고 팔짝 뛰는 남편은 모를 것 같다.  그래 너라도 몰라라.

두 사람다 힘들 이유가 어디 있겠나? 나 혼자 그 더러움

알고 견뎌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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