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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11 01:38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109  

요즘 우리 부부에겐 새로운 공동의 근심이 생겼다.

병을 앓던 난이가 죽고 나서 난이 새끼인 별이의 출산으로 한 동안 경사가 난듯 했는데

이제는 난이의 새끼 중 이방이(코에 큰 점이 있다고 남편이 붙인 이름이다)가 밥을

먹지 않는다. 별다른 몸의 이상은 없어보이는데, 고양이용 통조림을 사와서 입에 발라

주어도 먹지 않는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고양이가 거식증

에 걸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이방이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나의 모든 근심 걱정은 이방에게로 집중 되고 있다.

 

나는 시에 대한 지식이 없는데 왜 시를 읽으면 다른 이름으로 나와도 그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것일까? 시가 한자를 잔뜩 적은 영양갱 포장지처럼 변해가는 것 같다.

낯설게 하기란 특이한 단어를 쓰고 제목을 쓰는 것일까? 낯설게 인식하지 않는 낯설게 하기란

익숙한 낯설음보다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칠 군번도 주제도 못되고

그럴 생각도 없다. 감히 가르치려 했다는 말도 들었다. 감히 가르치려 했던 것처럼 보였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그냥 나의 직감이다. 나에게 무슨 괜찮은 의견이나 시각이 있다 손치더라고

감히라는 수식을 빼기에 나는 너무 초라한 주제를 가진 인간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재능이 없는

사람들의 훈수로 망가지는 일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는 많이 쓸수록 걸레가 되는 것일까

비틀어 짜야 제대로 씻는 것은 걸레 뿐이다. 입을 만한 것은 어디라도 걸쳐서 물만 빼면 옷걸이에

걸어 원형 그대로 말린다. 사랑을 버리는 시들이 판을 친다. 알아듣지 못하면서 알아 듣는 체하고

그럴싸하게 알아들을수 없을수록 좋은 시라고 한다. 그래야 내가 그럴싸해지기 때문이다. 좃같이

쓰야한다. 누가 좃같다고 말해도 꿋꿋하게 자신의 시를 쓰야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고,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말하는 시를 쓰야 한다. 지겹다. 뒤틀리고 비틀린 문장들, 실존하는 인간들이

사용하지도 않는 박물관 밥그릇 같은 단어들, 쌀쌀맞고 정감 없는 한문들, 시를 발견하지 못하는

까막눈을 포장하기 위한 썬그라스 같은 문장들,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말장난들, 신춘이나 메이저

시 잡지 심사위원들이 기수처럼 올라타고 부리는 말들을 흉내내는 찌질이들, 무릎 꿇은 낙타처럼

누군가를 태우기 위해 언어의 사막에서 엎드리지 못하는 말들, 저그들끼리 도취해서 잘난체 하는 말들,

이러는 나 마저도  밤을 새워 흉내 내는 말들..나 시 좀 쓴다하고 거들먹거리며, 진정한 시 따윈 안중에도

없는 신경 정신과 병명 같은 말들...

 

오후반 여사장은 훌룡한 어머니이며 생활인이다.

존경이란 그이 말을 듣게 되는 일인 것 같다.

그가 모르게 그를 흉내내고 그를 닮아가는 일인 것 같다.

요즘엔 그녀를 흉내내는 일이 잦아진다.

엄마에게 자주 전화를 하고,

아이들에게 가능한한 많은 돈을 쓰고

죽으나 사나 출근하고 퇴근한다.

그러나 그녀가 손님의 담배를 사주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그녀에 대한 존경을 가볍게 만든다.

밥짐이 아니라 술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술집이 어디일까? 술을 파는 집이다.

그러니까 술을 팔면 되는 집이다. 그집 주류 메뉴에 없는

막걸리는 백통이라도 사줄 수 있다고 했다. 술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배는 사러 갈 수 없다고 했다. 담뱃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려도 어쩔수 없다고 했고, 그만둬도 어쩔수 없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나는 담배를 사주겠다고 했다.

담배가 무겁냐고, 담배를 사러가는 마음이 무겁지,

편의점에 있는 담배를 몽땅 다 사오라고 해도 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내가 손님의 담배를 사주는 일은

그녀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손님 상에서 술 주고 받는 일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갑질은 아시아나, 대한 항공,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만으로도 땀을 짤짤 흘리는 호프집 종업원에게 자신이 피울 담배를

사달라는 것은 억지고 갑질이다. 십일년 장사를 하며 단 한 잔도 손님과

술잔 부딪힌 일이 없다는 그녀의 자부심이 의심스럽다. 나는 담배를 사러 가지 않겠다는

말을, 담배가 무겁습니까? 사드릴께요라고 바꾸기 위해 울었다. 울고 싶어서가 아니라

울음이 나를 넘쳐서였다. 그나마 내가 직장을 옮겨서 만날 수 있는 사장보다 그녀가

월등히 훌룡한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같이 있으면 내가 참된 물이 드는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점점 시에 대해 정이 떨어져간다.

미친년 귓구멍에서 코딱지 파내는 소리들을 흉내내어야 나도 시 좀 쓴다는 말을 들을텐데

의욕과 열정이 싹 가신다.

마음으로 쓰는 문장을 갖고 싶다.

나는 왜 자꾸 임금님의 덜렁거리는 성기가 보이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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