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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2-15 12:50
 글쓴이 : 백원기
조회 : 565  

산행 수필/산마루에 피는 우정

                                         鞍山백원기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삼십년 넘게 함께 해온 M씨 내외분과 함께 네 사람이, 시간이 없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자주 오르는 성남 서울공항 앞 인릉산(고도327m)에 오르기로 하고 자양아파트 앞에서 2412녹색버스를 타고 11:20분쯤 출발, 25분후 성남시 오야동 효성고등학교 앞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완연한 가을 볕에 잎사귀들이 반짝이고 살랑거리는 가을바람에 흔들흔들 춤을 춘다. 들머리를 벗어나 본격적인 산줄기에 닿았을 때는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했고 빽빽한 나무사이로 길게 뻗은 산길을 걸어갔다.

 

군데군데 위력이 크던 태풍 곤파스의 잔해가 남아 있어 넘거나 돌아서 갔다. 그러나 산행에는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전쟁 뒤에는 고요가 깃들 듯이 태풍과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도 오직 평온만이 함께하고 있으며 간간이 나타나는 산사람들의 모습이 서로의 인사 속에서 다정해보였다. 작은 산이지만 능선이 동서로 길게 뻗어 정상까지는 한 시간 십 분쯤 소요되겠으나 오늘은 워낙 느긋한 발걸음이라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리라 예상 되였다.

 

이제는 고도와 속도를 낮추고 되도록 산에서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하려는 것이다. 사십 분 만에 전망바위에 도착했는데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지는 서울근교의 산들과 도시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마치 그림을 그린 듯 조화롭고 미려한 한 폭의 그림 이였다. 네 사람이 함께 바라보는 조망은 우측으로 멀리 남산이 보이고 그 옆으로 북한산과 앞으로는 왼쪽에 구룡산과 오른쪽에 대모산, 그리고 왼쪽 뒤로 관악산과 그 앞으로 청계산이 눈앞에 보이고 우리가 오르고 있는 인릉산 끝자락이 청계산 원터골 쪽으로 길게 꼬리를 내리고 있다.

 

두세 번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갈래 길이 나왔다. 앞으로는 정상길이고 오른쪽은 약수터 길이였는데 오늘은 약수터에 들리지 않고 곧바로 정상에 오르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하였다. 가다가 멈추면서 일행이 뒤떨어지지 않게 속도조절을 하면서 나아갔다. 언제나 경사도가 가팔라지면 정상이 가까운데 이 작은 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흥을 돋우기 위해 M씨에게 앞서라고 하면서 정상을 먼저 밟으라고 했다. 정상에 첫발을 디디면 상쾌하고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다 가진 것 같은 넉넉함을 느끼고 승리감을 맛보게 된다. M씨가 정상에 첫발을 디딘 다음 함께 정상 사진을 찍었다. 찰칵! 영원한 우정의 순간 이였다.

 

하산 길은 오던 길로 가되 계곡을 타기로 하였다. 지난 기습폭우에 길이 파인 데가 있어 조심스럽게 내려가다 밤송이가 떨어진 곳에 멈춰 작은 알맹이가 흩어진 것들을 주우며 가을을 줍는 듯 천천히 계절을 음미했는데 저 아래 서울공항 활주로가 시원스럽게 펼쳐 있어 마음마저 넓어지는 것 같다. 어느덧 가을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지고 산 그림자가 조금씩 내려 앉아 아담한 마을을 저녁 빛으로 곱게 물들이고 있었다.

 

인릉산 (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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