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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2-18 16:26
 글쓴이 : 지명이
조회 : 717  

 

버스 안에서 2            
                                                                김지명

 

  등산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다. 산행 대장은 올 때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버스 복도에서 두리번거리던 직장동료가 다가오더니 곁에 앉는다. 산행 대장이 언제 보았는지 곧장 다가와 제자리로 가라고 강력히 부탁한다. 직장동료가 떠나자 지미숙의 친구가 다가오더니 곁에 앉아도 되느냐고 묻는다. 기다렸다는 듯 ‘네 앉으세요,’ 하고 반갑게 반겨주었다. 고맙다며 곁에 앉더니 서슴없이 말을 붙인다. 오찬을 함께할 때 아저씨가 가져온 찬이 아주 맛나더라고 한다. 아 그러세요? 내가 들어본 말 중에 아주머니의 음성이 가장 맛있었어요.
  미숙은 깜짝 놀란다. 뒤늦게 버스에 오른 미숙은 친구를 보더니 야! 여기서 무엇 하는가? 네 자리로 가라면서 감정적으로 말한다. 미숙이 오는 줄 알면서 왜 여기 앉았어, 하고 친구를 나무란다. 친구가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바꾸자고 억지를 쓴다. 미숙은 친구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면서 기어이 끌어낸다. 미숙의 친구가 다음에 뵈어요, 하고 자리를 떠난다. 곁에 앉은 미숙은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며 생긋이 웃는다. 미숙이 곁에 앉자 친구에게 심하게 하지 않았나 하고 물었다. 깔깔거리더니 붙던 자리에 붙어야지요, 하면서 자기주장을 끝까지 내세운다.
  미숙이 수다를 시작한다. 등산하는 모습을 보니 보통이 아니라며 말을 붙인다. 절벽에서 자일 잡고 올라갈 때 그토록 끌어달라고 부탁해도 그냥 가버리는 무정한 아저씨! 미숙이 마음에 안 들어요, 하고 묻는다. 안전을 담당하는 대원이 미숙을 파트너처럼 대하는 것 같아서 그냥 왔는데 내가 실수를 했나요? 호지명, 아니 오지명 아저씨! 아하 지명수배자라서 여자를 싫어하는가보다. 아니면 미숙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어쨌든 다음에 오겠다고 약속하면 오찬을 준비하겠습니다. 황송하여 미숙 아주머니를 배낭에 담아 짊어지고 다니고 싶어요.
  깔깔 웃던 미숙이 겉과 속이 다른 아저씨! 여자가 좋아하면 웃으며 반겨주시오. 묵비권을 주장하자, 왜 말이 없어요, 하면서 수다가 이어진다. 게다가 지명 씨는 건강을 챙기지만, 미숙은 친구 간에 의리를 지키느라 연인도 놓칠 뻔했다고 한다. 뭐라고요? 연인이라니 부끄럽게 그런 말씀 하지 마소. 시대에 맞게 살아야지요, 하면서 질문한다.
  “애인 있나요.”
  “그럼요, 요즘은 애인 없으면 장애인이라서.”
  “애인 자랑해보시오.”
  “미숙과 비슷해요.”
  설마 미숙의 친구는 아니겠지요, 하면서 깔깔거린다. 아저씨! 애인 예뻐요? 한번 보고 싶으니 다음 산행 때 함께 오시면 한사람 회비는 절반으로 받겠습니다. 등산객을 잡는 사냥꾼과 대화하기가 귀찮다고 하고 눈을 감았다. 미숙은 깔깔거리더니 곁에서 대화하면 받아주어야지 눈을 감으면 예의가 아니잖아요. 말하기가 부끄러워 수다쟁이 아주머니 앞에 눈을 감아야 입이 열린다고 했다.
  미숙은 빙그레 웃는다. 보조개에 눈웃음을 가미한 미숙은 등산 친구 하자고 다시 강요한다. 오솔길에서 따로 걸으면서 무슨 입만 살아서 하면서 구시렁거렸다. 미숙은 등산하면서 함께하지 못하여 미안하다고 한다. 맞아! 친구를 위해 함께하는 그 의리가 돋보인다. 연인이라면 미래에 그리움만 쌓였을 것이다. 연인과 친구는 엄연히 다르다. 친구는 영원하지만, 연인은 아픈 상처만 키운다. 미숙은 애절하게 부탁 한다. 등산만이라도 함께하였으면 참 좋겠다고 한다. 근성으로 대하면서 왜 등산친구하자고 하는지 궁금하다.
  만사가 귀찮은 듯 눈을 감았다. 친구로 지명했는데 미꾸라지 빠지듯 미숙을 외면하면 안 된다며 자꾸만 말을 시킨다. 게다가 다람쥐처럼 날렵하게 산을 타니 자연인 같다고 덧붙인다. 미숙의 친구가 나를 노리고 있던데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의아하다고 했다. 좋은 물건이라도 하나만 가지면 참 좋겠다고 한다. 친구보다 예쁘지 않아요? 예쁘더라도 마음이 착한 여자를 선택하고 싶다. 친구와 말하지 말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미숙이 무서우니 앞으로 모른 체하자고 했다. 깔깔거리며 쳐다보는 미숙이 아양을 떨면서 반드시 곁에 있게 할 거라고 자신감을 털어놓는다.
  버스는 신나게 달려간다. 서산마루에 걸터앉은 해님은 그림자를 길게 그리다가 한순간 사라지지만, 미숙의 수다는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는다. 둥근 달처럼 환한 미소 보이며 이어지는 수다에서 친근감을 준다. 미숙은 아양으로 마음을 녹여 회원으로 가입시키려 한다. 친근감을 주려고 어디에 사는지 묻기도 한다. 자신을 밝히고 물으면 좋겠다. 히히 하더니 높은 지대에서 고층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흩어진 마을을 한곳에 모아 높이 쌓아 올렸으니 경관이 좋겠다. 미숙은 하늘 아래 첫 동네에서 선녀처럼 산다고 덧붙인다.
  친근감을 주는 이유를 말한다. 장거리 산행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비회원을 반드시 회원으로 가입시켜야 하는 딱한 심정이라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미숙에게 득이 생기나요? 미숙은 년 중 가장 많이 가입시킨 회원에게 회장 자리를 준다고 한다. 그 자리가 그토록 탐이 나나요? 그렇다면 다음에 다섯 명을 데리고 올 테니 회장 하세요, 하고 기분을 돋웠다. 미숙은 회장이 되면 회비가 면제된다고 덧붙인다. 역시 우정보다 돈이군요.
  미인이라는 빌미로 등산객을 유혹한다. 가름한 얼굴 양쪽엔 보조개가 깊게 파였다. 미녀다운 몸매와 얼굴로 사내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인다. 남자라면 다 탐을 내겠지만, 아무리 아양을 떨어도 나와 균형이 맞지 않으면 절대로 고개 돌리지 않는다. 미숙은 헤어지기 전에 술 한 잔 나누자고 한다. 술과 함께하는 사내 같은 미숙을 다시 볼 일이 없어 아쉽다. 미숙은 끝까지 다음 산행을 윙크로 약속한다. 등산할 때 반드시 참석해 달라고 아양과 눈웃음으로 마음을 녹이려 한다.
  등산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애절한 부탁을 가미한 미숙의 수다가 더욱더 재미있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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