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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8 03:21
 글쓴이 : KSPMJ
조회 : 68  

하얀 공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공간. 어째서인지 포근하고, 따듯하지만, 날카롭고, 공포스러운 공간.

 

"... 여긴 어디죠?"

"글쌔."

 

그런 공간에 누워있는 나. 그런 내 옆에 대뜸 서있는 이상한 남자.

 

"내가 왜 여기 있죠?"

"누구보다 너가 잘 알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럴거야."

 

그저 적당히, 대답만 할 뿐인 이상한 남자. 누구보다 거대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평범하고, 누구보다 비범하고, 또-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존재조차 예상 불가능한 미지의 존재.

 

"당신은 신입니까?"

"아마도 그렇겠지. 너가 그렇다면 말이야."

"그럼 역시 전 죽은거군요."

"그렇지."

 

적당히, '그렇겠지'라고만 대답하던 그가, 유일하게 확실히 대답해 준 내 질문. '역시 전 죽은거군요.'

딱히 감흥이 없다. 내가 죽어서 이런곳에 오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기억이 없는걸.

내가 여기에 있는것이 불만인 것도 아니다. 포근하고, 따듯하다. 배도 고프지 않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바닥을 손으로 건들이면 구름이 내 손을 잡아주는 느낌이고, 등을 대고 힘을 빼면 포근한 침대가 날 반겨주는 느낌이다.

상쾌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 상황이, 생각보다 의구스럽고 위화감이 든다.

 

"여긴 무슨 공간인가요?"

"넌 여기 와서 질문만 하네. 그냥 편하게 이 장소를 즐겨보라고."

"...음.."

"기억은 안나겠지만, 너가 느꼈던 그 어떠한 느낌보다 포근할거야."

"확실히 그래요."

"그 어떤 공간보다도 익숙할거고..."

"그것도 그래요."

"그래. 그렇지? 그러니까 그냥 즐겨보라고."

"그래서 이상한 거에요. 난 이곳에 처음 와본다구요."

 

맞다. 난 이곳에 처음 온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내가 누구였는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내가 이곳에 오기 전 뭘 하고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는걸,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편한 공간이 존재한다니,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거 아냐? 물론, 이 상황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야.

아마도 눈앞의 남자는... 신. 대답이 애매하긴 했지만 내 상상대로라면 신이 맞을것이다.

저런 대충대충이고, 적당한 사람이 신이라니, 상상도 못했어. 심지어 무교이기까지 하니까.. 신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어."

"에엑- 역시 신이 맞네요."

"내가 괜히 너에게 즐기라는게 아니야. 넌 충분히 포근함을 느끼고, 보듬어질 자격이 있다."

"... 전 죽어서 여기 오게 된 건가요?"

"그래. 평범히 죽었으면 기억은 안 잃었겠지만 말이야."

"그럼 전 왜 기억을 잃은거죠? 타살을 당한건가요?"

"겨우 그런걸로 기억을 잃지는 않아."

"그럼 대체 뭔가요?"

"알고 싶어?"

"네. 정말로요."

"이 상태에선 못 알려줘.."

"그럼 어떤 상태가 되어야 하는대요?"

"... 진실을 알고싶어?"
"네."

"진실은 잔혹할거야.. 그러니 설사 이 공간이 거짓된 공간이라 해도, 차라리 이 곳이 행복할텐데."

"그렇다면 지금 이 행복은 거짓이군요."

"..."

"전 알고 싶어요."

"...흠, 확고하네. 좋아. 돌려보네주지."

"네? 뭘.."

 

...

 

여긴.. 어디..

 

"OO야..! OO야! 의사! 의사를 불러줘요!"

 

엄...마...?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아, 그렇구나.

여긴 병원이야.

 

난 플라스틱 따위와 쇠붙이로 이루어진

이도저도 아닌 뭣도아닌 도구로

내 손과 팔 사이를 가차없이 조각냈지.

 

그렇게 한번 '죽었었어'

 

죽었던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아.'

 

하지만, 이제 알겠어.

 

'기억이 돌아왔어. 기억이.... 돌아왔어.'

 

...

 

"... 비극적인 결말이군. 또 보자고."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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