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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26 06:11
 글쓴이 : 혀비맘
조회 : 955  

이른 아침에 운동 나갔는데 "누가 밥을 던졌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관리실 아저씨가 진상을 살피러 다니신다.

쓰레기도 아니고 왜 밥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같이 운동하는 어르신께 "밥이 많아서 그라나"

내 싱거운 얘기에 웃으시며 "많아도 그렇지" 대꾸하시니 그때사 나도 웃음이 났다.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 사업에 실패하시고 집안에 쌀 한톨도 남지 않을 지경이었다.

어린것들은 여섯이나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부모님은 살아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 허둥되었다.

인근에 땜 공사가 한창인 그 때 부모님은 닥치는 데로 막일에 뛰어들었다.

전표로 일당을 계산하고 15일간 결산받는 각박한 살림살이에 여덜식구의 목줄이 달렸다.

아마도 사업을 정리하고 쬐끔 남은 자금으로 일도 하시면서,  돈이 급해 15일 급료를 기다릴수 없는 노동자에게

전표 한장에 일할(어머니 말씀)의 수수료를 제하고 돈을 융통해주는 사업(?)을 하셨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것이 재미를 보아 돈이 모이고 그 돈으로 논 너마지기를 장만하셨다.

그후 농사를 짓는데,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가뭄에 밤새 물 퍼시며 노심초사 하시는 아버지는 까맣게 말라가셨다.

물길이 돌아오는 윗논에서 물고를 터주지 않아 키우는 닭도 가져 주시곤 하셨다.

처음 농사를 시작하던 두어 해는 항상 모자라는 양식 때문에 보리나면 꽁보리밥만, 쌀 나면 그냥 쌀만 먹었다.

중학교 입학하고 엄마는 새벽 4시에 투박하고 무거운 옹기그릇(사구라 하였다)에 보리쌀을 퍼담고 우물로 가시고,

사구를 엎어 깰까봐 이지도 못하시고 부둥켜 안고서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온다 하셨다,

그렇게 곱삶아(두번 익힌다) 익힌 꽁보리밥을 먹이고 도시락 사서 학교 보내는데,

학교가서 나는 소리없는 방구 때문에 민폐가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코막고 손사례를 털며 나를 가리키는데, 한사코 나는 고개를 가로젖기만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이 참 순하고 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왕따도 없었으니,,,

 

그렇게 한해 두해 해를 거듭하며 쌀 두지엔 쌀이 여름까지, 가을 추수 때 까지 남아 있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어머니 혼자서 힘든 농사 지으시며, 쌀두지에 가득 채워지는 쌀 한톨에 

스스로 대견하고 만족하신 미소를 지으셨다.

따뜻한 밥을 지어주시고, 그릇에 한톨 남은 밥알을 긁으시며 "밥풀 하나라도 버리지 마라" 이르시던,

한톨도 그저 생겨나지 않는다는 당신의 수고로움과 귀함을 알게 타이르셨다.

 

이제는 밥이 아니어도 먹을게 지천이니 쌀이 남아돌고 밥의 존재가 무색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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