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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8 02:09
 글쓴이 : 김용호
조회 : 312  
공중 철과 도롱태

윤재석

창의력은 변화를 가져온다.
고향 마을 내동리 내동산 정상에서 마을 뒤쪽으로 공중에 철사 줄을 매단
역사가 이루어 졌다.
마을 뒷산은 높고 길은 비탈져 마을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산길
다니기가 매우 불편하고 위험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작업 방법을 찾아낸 것이 공중철이다.
마을 사람들이 공중에 철사 줄을 매달았다 하여 공중철이라 이름 붙였다.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풀과 나무를 하여 지게에 지고 다니려니 길이
비탈지고 자갈밭이라서 미끄러워 매우 위험했다.
눈 오는 겨울철은 더욱 길이 미끄러워서 다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위험과 사고를 방지하고 안전하게 산에서 일을 할까
생각한 것이 공중철의 설치였다.

공중철을 생각한 원리는 서울 남산 구경을 갔다 케이블카를 보고
마을 사람들이 창안한 것이다.
마을 회의에서 사업추진위원장에 Y씨, 부위원장 T, S, P씨 등이
주축이 되어 공중철 설치를 기획 설계하여 마을사람과 차근차근
이 사업을 추진해 나갔다.
지금의 유격 훈련장에서 사용하는 하강 훈련도구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1957,8년 전이다.
처음에 여러 개의 철사 줄을 한 줄로 이어서 설치했다.
그런데 풀이나 나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이음매 부분이
떨어져 실패했다.
마을 사람들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시도했다.
이번에는 두께 0.5mm 길이 1,000m의 철사 줄 두 묶음을 사왔다.
2개의 철사 줄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새끼줄 꼬듯이 하여 887m의
산 정상 큰 바위에 철사 줄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두 개의 철사 줄을 새끼 꼬듯 했는데 어떻게 해서 산 정상까지
끌어 올렸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풀이나 나무를 매달고 내려오는 기구를 마을 사람은 도롱태라 불렀다.
도롱태는 케이블카를 매달고 있는 모습과 비슷했다.
철사 줄이 들어갈 수 있도록 홈을 팠다. 짐을 매달고 철사 줄에
도롱태를 매달면 케이블카처럼 내려왔다.
887m산 정상에서 마을 뒤편까지 걸리는 시간은 풀이나 나무 한 다발에
1분정도 걸렸다.
풀 한 짐이면 약 5-6분이면 되었다.
내려오는 시간은 30분이 걸렸다.
2시간 걸리던 시간이 35분으로 단축되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하루는 풀을 하러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나는 점심을, 아버지는 도롱태를 지고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오르니 넓은 골짜기가 눈에 들어 왔다.
풀이며 나무가 넓은 초원을 이루고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열심히 풀을 베어 그 자리에 말렸다.
십여 일 동안 풀을 베어 말렸다.

집에 올 때가 되면 마른풀을 한 짐씩 공중철에 풀을 매달아 내려보냈다.
내려가는 모습이 비행기처럼 빠르고, 그 소리도 요란했다.
이 같은 일을 열흘정도 계속했다.
집에 오면 다시 작두로 풀을 썰어서 퇴비로 만들어 논과 밭에
거름으로 사용했다.
신기하다는 생각과 사람의 창의력은 무한하다는 걸 느꼈다.

공중철을 타고 내려온 풀이 도착지에 오면 도롱태가 벗겨지도록
철사 줄에 고무 고리를 연이어 끼워 놓았다.
도착지에서 자기 집 풀을 받아서 치워야 한다.
다음 사람 것과 섞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먼저 낙하지점에서 기다리다 풀을 지고 집으로 왔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 이처럼 공중철을 이용하여 풀과 나무를 했다.

1950년대는 비료를 구입하기 어려웠다.
퇴비로 농사를 지어야 했다.
정부에서 퇴비증산을 적극 장려하던 때다.
마을 사람들은 공중철을 이용하는 재미로 열심히 하여 집집마다
퇴비더미가 쌓였다. 실적이 좋은 마을은 표창도 했었다.

당시 내동리 공중철은 화제였다.
전북도지사 이하영이 공중철을 시찰하고 표창도 했었다.
이 마을 P라는 분은 1,400평에 보리농사를 지었다.
집집마다 보리농사를 하여 타작을 하면 보리 가마가 토방을 꽉 메웠다.
보리농사와 벼농사로 두 번씩 풍년을 맞이하니 생활이 해졌다.

58년 전의 일인데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창의력이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마을 사람의 끈질긴 노력으로 공중철을 설치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면
된다는 정신과 힘을 합하면 이루어진다는 협동과 근면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은 농촌인구가 많이 줄었다. 도시로 삶의 터전을 찾아 나간 때문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연료가 석유나 가스로 바뀌고 있다.
퇴비로 짓던 농사는 여러 종류의 비료가 농작물의 특성에 맞게 생산되니,
공중철의 이용도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지금도 내동리 뒷산 큰골에는 공중철의 자취가 남아 있다.
887m의 높은 산 정상에 1,000m의 철사 줄을 두 줄로 새끼 꼬듯 하여
이끌고 올라간 일이 불가사의한 일이다.
내동리 근대의 유물로 보존하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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