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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10 09:31
 글쓴이 : 도일운
조회 : 358  



개화(開花)


                                                                   


오늘 아침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몇 안 되는 화분가운데 이름도 모르는 작은 화분 하나가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돌봐 준지 삼 년도 넘었건만 그동안 병치레라도 하듯 시난고난하기만 하던 것이 밖에는 꽃샘추위에 눈까지 날리는데 아기별같이 하얀 꽃을 한 송이 피웠다. 그 모습이 하도 앙증맞고 대견스러워 한참을 들여다보다 손끝으로 다독거려주었다. 눈송이 같이 순결하고 여린 꽃잎이 도대체 그 몸 어디서 나왔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지금까지도 줄기며 잎이 튼실하지 못한데 꽃까지 피우다니, 혹시 저 여린 것이 그동안 자신을 돌봐 준 내 수고에 보답이라도 하겠다고 힘들게 꽃을 피우지 않았나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좀 더 살뜰히 보살펴주지 못한데 대한 후회가 앞서면서 애잔한 정이 더 갔다. 자그마한 것이 어느 새 내 안에까지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때 아닌 눈이 날리는 춘삼월 창밖을 내다보면서 자신이 돌아봐졌다. 

사람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식물까지도 성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돌봐준데 대한 보답을 하겠다고 저렇게 꽃을 피우는데 나는 지금까지 나에게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준 사람들에게 어떠했는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보답은커녕 그것이 다 나 잘나서 그런 것이려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참으로 가소롭고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쓴 웃음이 절로 났다. 부끄러운 마음에 눈길을 줄 곳이 없어 허공으로 끌고 갔다. 살픗 살픗 날리는 눈이 먼 길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허공에 미련이 남았던지 선뜻 땅에 내려서지를 못하고 떠돈다. 날리는 눈송이를 따라 지난날 몇 사람에게 박정하게 대했던 기억이 살아난다. 못났던 자신의 행동에 마음이 아프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도 아니었는데……. 한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날리는 눈 몇 송이가 그런 내 기억을 엿보기라도 했는지 나무라려는 듯 달려들다 유리창에 부딪쳐 떨어져 나간다. 

‘왜 그랬을까? 그때는… 조금 더 참을걸.' 때늦은 후회가 가슴을 후빈다. 아이들은 뒤 늦게 오는 눈을 반기며 마냥 즐겁다. 저렇게 가식 없이 마음 놓고 웃고 떠들어 본지가 언제인지. 나에게도 분명 저런 시절이 있었건만 기억조차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나에게 주렁주렁 매달린 이 쓸모없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집어버리고 뛰어나가 저들과 함께 하고 싶다. 한해, 두해, 세상을 힘들게 살아오면서 허례와 가식만 늘었다. 그런 가운데 잃어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다 잃어버렸다. 가슴이 쓰리다. 모두 되찾고 싶다. 그중에서도 유년시절의 순수를 가장 먼저 찾고 싶다. 그래서 저 아이들처럼 해맑은 웃음을 갖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 때문에 남들에게 야박했다. 지금까지도 변변찮은 내가 그런 대로 잘 살고 있는 것도 모두 주위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감사한 줄을 모르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건들거렸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새삼스레 얼굴이 화끈거린다. 받은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절반이라도 돌려주었어야했다. 내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고 싶다, 아니 꼭 찾아야한다. 이렇게 된 모든 원인이 그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다시 작은 화분이 돌아봐졌다.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얘야, 어찌해야 나도 너처럼 꽃을 피울 수 있겠니?" 

하얀 꽃은 말이 없다. 부끄러운 듯 고개만 숙였다. 그 모습이 하도 고와 다시 한 번 보듬어 주었다. 창밖을 보니 어느 사이 눈은 그치고 하늘은 언뜻, 언뜻, 푸른 하늘을 열어가며 다시 삼월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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