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작성일 : 18-01-31 00:32
 글쓴이 : 김용호
조회 : 272  
눈 내린 계곡 길

신팔복


바람 없이 좋은 날씨다.
문득 산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차를 몰고 모악산으로 갔다.
중인리 주차장에는 벌써 등산객들의 자가용이 빼곡했다.
한 무리의 등산객이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길은 여러 갈래였다.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생각하다가 안내 푯말을 보고 갑자기
계곡 길로 발을 돌렸다.
이 길은 처음이다.
몇 사람이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앞서 가고 있었다.
지난밤에 내린 눈으로 산이 하얗다.
아이젠을 차고 걸었다.

젊은 부부가 내 뒤를 따라오더니 이내 앞서 간다.
눈을 밟는 소리가 음률처럼 이어졌다.
몇 구비를 돌아 좁은 계곡에 이르렀다.
물은 맑고 청정하게 흐르고 있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정적을 깨고 낙엽을 떨군 겨울나무 사이로 퍼졌다.
웅덩이에 빠진 낙엽들이 시체처럼 차갑게 보였다.
물 속 어딘가에 가재가 추위를 견디며 잠자고 있을 것 같다.
딱딱한 껍질에 까만 자루 눈, 더듬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집게발을
포신 처럼 내밀고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가재다.
위험을 느끼면 꼬리 채로 물을 급하게 휘저어 뒤로 내뺀다.
1급수 청정지역에서만 살고 있는데, 지금은 보호종이다.

여름철 맑은 냇가에 돌을 떠들면 웅크리고 있는 가재를 잡을 수 있다.
암컷은 배다리에 좁쌀 모양의 검정 알을 포도송이처럼 달고 다닌다.
부화가 된 작은 새끼들은 어미의 배다리를 붙잡고 독립할 때까지 살아간다.
말랑거리는 얇은 껍질을 가진 작은 새끼들은 여느 동물처럼 귀엽다.
동식물의 사체를 먹고 몇 차례 허물을 벗으며 성장한다.
가재는 맛도 좋다.
파를 조금 썰어 넣고 장조림을 하면 게보다 맛이 더 낫다.
작년에 손자에게 보여주려고 가재를 잡아 보았다.
농약과 쓰레기로 냇물이 오염되어 찾기 힘들었지만, 다행히도
한두 마리를 잡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작은 다리를 건너 비탈을 오르다가 폭포 쪽으로 향했다.
보이는 사람이 없어 적적했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지팡이로 조릿대에 쌓인 눈을 휘휘 저으며 걸었다.
복조리를 만든다는 대나무다.
뿌리를 달여 차로 마시기도 하고 잎을 동치미 만들 때 넣어 시원하게 만들었다.
물레로 북실을 만들 때도 조리대 잎을 넣어 감았다.

산을 오를수록 흐르는 물은 적고 눈은 많았다.
발목을 덮기도 했다.
폭포에 작은 고드름이 매달렸고 물은 그 안에서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물이 적어서 폭포도 작다.
내려오는 사람을 만나 반가웠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가파른 길로 접어들었다.
힘이 들어 깔판을 펴고 눈 위에 앉아 간식을 먹고 물도 마셨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쏟아졌다.
벌써 정오에 가까웠다.
소나무 사이에 서어나무와 참나무, 물오리나무가 언 듯 단단해 보였다.
따뜻한 계절이 오면 새잎이 나고 꽃피고 열매 맺을 꿈을 꾸며
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빼곡한 나무들이 앞을 가렸다. 아름드리나무도 있다.
나무가 없어 벌거숭이산에서 고자배기까지
뽑아다 땔감으로 쓰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도배도 못 한 초가집에서 화롯불에 추위를 녹이며 살았다.
번번한 옷 한 벌이 아쉬웠고 양말도 기워 신었다.
산림을 가꿔야 부강한 나라가 된다는 정책으로 매년 나무를 심었다.
식목일이면 전 국민이 나무를 심고 산림녹화에 힘썼다.
학생들도 식목행사에 동원되었다.
문고리가 철썩 달라붙는 추위와 가난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지금은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다.

산등성이로 올라채어 무제봉으로 갔다.
구이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흰 설산에 울긋불긋한 등산복들이 꽃을 피웠다.
대부분이 좋은 상표의 값비싼 옷들이다.
등산화도 내 것보다 좋은 것들이 많다.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쉬었다.
모처럼 등산을 해서 그런지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르기 싫어졌다.
꼭 정상을 가고 말았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든 모양이다.
운장산에 갔을 때도 몸을 사렸다.
내려오는 길은 미끄러웠지만, 비단길처럼 수월했다.
복숭아나무를 전지하는 노인을 보았다.
희망을 손질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복숭아 농사가 잘되어 환하게 웃는 노인의 얼굴을 상상해보았다.
신발의 먼지를 털고 차를 몰았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등산은 몸도 마음도 치유해주어 좋다.
자연이 주는 큰 혜택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33 <단편소설> 여자의 마음 구식석선 08-15 14
1032 [소설]최마하연4 2009년 7월 30일 목요일 최마하연 08-15 10
1031 [소설]최마하연3 2009년 7월 30일 목요일 최마하연 08-15 9
1030 [소설]최마하연2 2009년 7월 30일 목요일 최마하연 08-14 14
1029 아내에 외출 김해인. 08-12 29
1028 순리順理 김상협 08-10 37
1027 [소설]최마하연1 최마하연 08-06 45
1026 계곡이 좋다/신팔복 김용호 08-05 51
1025 사다리/윤재석 김용호 08-05 22
1024 인간성 회복 김상협 07-25 107
1023 아침을 여는 사람들/윤재석 김용호 07-22 89
1022 모악산에 오르니/신팔복 김용호 07-22 52
1021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2) /임두환 김용호 07-22 37
1020 지혜(智慧)의 나무 泉水 07-20 83
1019 사람 사는 이야기 ♤ 박광호 07-20 250
1018 그녀의 눈물 '태풍의 운무 속으로' <수필> 김영채 07-17 247
1017 헛것이란 말 손계 차영섭 07-13 73
1016 무논에서 풀을 뽑으며/신팔복 김용호 07-12 51
1015 추억의 시냇가/윤재석 김용호 07-12 60
1014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손계 차영섭 07-08 58
1013 비밀번호시대/윤재석 김용호 07-06 57
1012 백세시대를 준비하며/윤재석 김용호 07-06 67
1011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임두환 김용호 07-06 46
1010 사패산 김해인. 07-05 103
1009 아내의 얼굴을 보며 손계 차영섭 07-02 90
1008 <소설> 로그인 (Login) 문해 06-30 105
1007 저염식 요세미티곰 06-23 95
1006 [수필] 희미하다는 거, (1) 하늘은쪽빛 06-23 215
1005 생명의 늪 손계 차영섭 06-22 112
1004 자신감 김상협 06-11 18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