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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4 01:06
 글쓴이 : 박수담
조회 : 229  
경쟁. 경쟁. 경쟁. 경쟁이다. 경쟁해야만 한다. 
이곳은 경기장이다. 시민들의 최고 목표를 가리는 시합이다. 학문이란 시합의 공정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경쟁으로는 경제 이외의 것을 할 수 없다. 경쟁은 사회 발전의 동력이 아니다. 경쟁은 사회의 본질을 흐리고 목적을 일원화한다.

그렇다. 회색 구름이 하얗게 되기 위하여는 더욱 검어져야 하듯이, 내가 세상 속에서 맑음을 유지하기 위하여 경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세상은 낙오자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며, 나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회사원이었더랬다. 많은 인류의 지성은 지성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그러니 지성은 가난의 빛이 되지 못하는...

등산로 입구-
등산을 그만둔지도 어언 5년이 되었다. 도시의 생활이란 인간을 그곳에 구속하게 하여, 사슬을 매어 논 듯 벗어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 이렇게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 그러나 구속의 생활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도시란 조직의 동력은 인간으로부터 나온다. 그 동력의 근원이란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교육과 먹이와 휴식을 제공해야만 한다. 나에게 제공된 휴식을 모처럼 등산하는 일에 쓰는 이유는, 드디어 가을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쓰여진 나의 일기장엔 이런 문구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가을이 오면은 여름은 다 타버린 촛불 같아, 첫사랑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여름을 모두 잊는다. 새로운 계절은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바람과 새로운 하루를 주는 것이기에, 나는 새롭게 살아보고자 책과 사색에 잠기곤 한다. 살기 어린 열기는 지나간 추억의 순간으로 남겨지고, 나는 선선한 날씨 탓에 어느새 추억마저 잊어버린다-]
매 해 가을을 기다리는 동안 젊었던 몸은 갈수록 늙어간다. 가을의 낭만이란 도시인에게는 일종의 투자인 것이다. 가을을 다시 보기 위해선 노화를 감수하며 삼백일 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낭만을 위해선 휴일을 포기해야 한다. 누구나 가을 산에 오르고 싶어 하지만, 막상 가을에 휴일이 오면 방에 널브러져 뒹굴기 마련이다. 
콧속에 깨끗한 공기가 들어오고, 살갗의 시원함과, 탁 트여 보이는 가을의 하늘을 몸이 느끼자, 사색을 하던 뇌 그 속에서 때묻은 추억의 향기가 살랑인다.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시간을 방에 널브러져 뒹굴었던 것이다. 한 때는 책을 봤고, 한 때는 글을 썼으며, 한 때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시간을 어디에 써야 좋을지 몰랐다. 불안을 느꼈다. 이제껏 해 왔던 생활이 파도가 되어 서서히 면상 앞에 닥쳐왔다. 결국 파도는 쳤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삶과 맞섰다. 삶과 싸우는 수많은 사람들과 싸웠다. 그러는 사이 그나마 남아 있던 나의 이상은 나무가 잎을 떨구듯 나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아! 두서없는 사색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가을이 온다. 결실의 가을이. 저 앞에 험난한 오르막이 보인다. 첫 번째 오르막인데도 역시 꽤나 힘들어 보인다.

오르막을 향해-
도시 변두리 가깝게 위치한 이 산은 수도권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산세가 높고 (이 근방에선 가장 어려운 산으로 꼽힌다.) 풍경이 좋다. 특히 가을 단풍은 절경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날씨가 심상치 않다. 9월이 다 되도록 후텁지근하고 내리쬐는 햇살이 눈을 찌른다. 눈부신 햇살 때문에 정상의 봉우리를 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문명생활의 혜택에 대한 댓가이다. 문명이 지구를 덥게 한다는 자명한 사실은, 내가 문명 속에 있다는 자명한 원인의 결과이다. 나는 원래부터 문명에 있었다. 고로 이곳에서 도망치기 전 까지는, 가을의 청명한 하늘에 두 눈을 뜨고 있을 수 조차 없다. 원래부터 문명에 태어났기 때문에... 최초의 고민을 덮어두고 나면, 세상에는 불평할 것이 사실 거의 없다. 일단 모두 받아들이고, 헤쳐나간 후 뒤돌아 생각해 보면, 모두 나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다. 나 자신이 스스로를 문명에 두었었고, 스스로 그 시간을 보내왔다. 단풍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또 하나의 시련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다. 휴일에 명산이 붐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두는 같은 정상을 보려고 같은 산으로 모인다. 서로는 서로의 앞길을 막으며 시야를 가리고 불쾌한 체취를 뿌린다. 각각의 사람들 모두 인상을 쓰고, 그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흩어지지 않는다. 누구는 나가고, 누구는 들어올 뿐이다. 
나도 그들과 같은 산을 오르지만 이유는 다르다. 여기엔 나름의 사연과 사고의 변화가 있었다.

과거의 오름에 대한 야망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잊은 지 오래다. 그때의 나는 정신 수양과 물질 소유의 욕망을 향해 끝없이 오르고 있었다. 젊음의 열망은 시야를 하나의 초점에만 제한하는 경향이 있어, 일차적 욕망의 충족만을 고려했던 나는 그 너머의 것을 보지 못하였다. 걸음마를 이제 막 땐 아이는 넘어지는걸 두려워 하지 않는다. 수도없이 많이 넘어졌지만, 또 그만큼 일어났다. 그러나, 그 너머에는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 보이지 않는 장막은 나에게 항상 제한된 지위만을 허락하여, 그 너머를 향한 나의 몸부림은 매번 허탕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 중 이제껏 알아차린 것은 없다.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아니 짐작할 수 있다 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알아차린 그것도 내가 알거나 모르거나 언제나 그것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고, 아무리 손을 뻗쳐봐도 절대로 닿지 않았다. 결국 나의 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오르막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이 내가 산에서 오르막을 찾는 이유다. 이 산을 오르는 것, 그것이 나에게 산의 진리이고, 산의 완벽한 상태이다. 나의 체력과 오르려는 의지만으로 충분히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쉼터-
첫 번째 오르막 하나를 넘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인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설친다. 핑계를 대자면 나이와 더운 날씨가 있을것이다. 아마 정상을 밟기 위해선 꽤나 고전할 듯 하다. 그러나 육체의 피로는 나의 정상에의 집념엔 전혀 영항을 미치지 못한다. 고행 끝에 도달한 곳엔 더 많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시간은 넉넉할 것이다. 꽤 이른 아침부터 출발해 아직 정오도 되기 전이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다리를 놀린다면 정상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시간이 많다는 점은 나에게 휴식을 유혹한다. 이미 늙은 육체는 지쳐있고 저 밑에 보이는 계곡은 나의 눈을 끈다. 빠르게 등산을 끝내고 싶은 마음과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갈등이다. 사실 등산을 빨리 끝낸다고 해도 좋을 일은 아니다. 등산이 끝난 후의 일상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상사가 요구한 서류 검토를 마무리하고 자면 또다시 일상이다. 그렇다고 등산을 질질 끌 생각은 아니다. 모호한 문제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등산을 하는 목적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계곡에서의 물장난도 좋지만 정상까지의 고난을 댓가로 성취를 맛보는 것이 최후의 목적이다. 이제까지 눈부신 햇살에 정상을 보지 않고 있었다. 난세한 능선을 따라 올라앉은 봉우리는 비경이 따로 없다. 마치 땅에서부터 솟구친 지상의 정점인 듯 날카롭다. 정상을 보고 나니 계곡을 들르고 싶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뜨뜻한 훈김을 뱉어내는 그 누구보다 빨리 저곳에 오르고 싶은 생각 뿐이다.

정점-
더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사실에 한동안 당황했던 것일까. 한참을 멍 때린 끝에 겨우 여기가 정상인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한 기억밖에 없는데 어느새 정상에 올라온 것이구나! 이 곳의 햇살로 보니 정오 즈음이 되었던지 조금 넘었을 것이다. 바람이 더 심하게 불고 종전의 주변을 둘러싼 인기척이 사라졌다. 지금 상태로는 이런 모든 상황들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이곳의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눈을 뜰 수 없다. 차츰 상념이 머리 속에 들어찬다. 어쩐지 성취감 대신 공포스런 상태가 되었다. 아무래도 눈을 떠봐야 하겠다. 본능의 반사를 거스르고 뜬 눈이 흐릿한 시야를 제공한다.-
주위는 온통 파란색 뿐이다. 파란 하늘이 장막을 치고 온통을 덮고 있다. 밟고 있는 바위는 홀로 서있기도 비좁다. 구름이 밑에서 햇빛을 머금고 있다.
눈이 부시니 머리가 어질어질 하여 허상이 차있는 듯 하다.
이제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갈지, 그런 류의 생각들은 일체 떠오르지 않는다.
눈을 뜨는 것이 좋을지, 감는 것이 좋을지조차 분별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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